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NH농협은행에서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선보인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부품·소재·장비 관련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 첫 ‘애국 펀드’여서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도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무슨 종목 담았나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의 현재 설정액은 308억원이다. NH농협은행이 282억원의 자금을 태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반 가입 열기가 뜨거운 편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농협금융그룹 내에선 문 대통령의 가입으로 흥행 불씨를 살려 나갈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의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맡겼다. 실제 문 대통령의 참여 이후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판매사마다 가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프로골퍼 박민지 선수(21)는 경기 용인 NH투자증권 수지WM센터를 방문해 최근 받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회 우승 상금의 일부를 필승코리아 펀드에 넣었다. 김경수 경남지사,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도 잇따라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품·소재·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I, 솔브레인, 후성 등 50여 개 종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솔브레인, 후성 등 부품·소재주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펀드 출시 전 이미 주가가 급등한 데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들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주가가 하락해 펀드 수익률은 저조한 편이다. 필승코리아 펀드의 출시 후 누적 수익률은 -1.11%로 같은 기간 일반 액티브 주식형펀드 평균(-0.48%)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펀드 내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삼성SDI 등 대형주의 경우 하반기 반도체 및 2차전지 경기 호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중소 부품·소재주는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꾸준한 경쟁력 향상이 예상돼 중장기 수익률은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물론 필승코리아 펀드 탄생 자체가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정치적 사건과 깊숙이 연관돼 있는 만큼 향후 양국 간 외교 관계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부품·소재주가 최근 단기간에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것도 부담 요인이다.

배영훈 NH아문디운용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로 그동안 일본에 뒤져 있던 부품·소재·장비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기술력을 갖춘 강소 기업을 발굴해 투자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수익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