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2년 10개월 만에 최고
달러당 104엔대까지 올라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OJ는 최근 ‘2단계 금융완화 대책’을 마련했다. 향후 경기 변동과 엔화 강세 상황을 살펴가면서 단계적으로 금융·통화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1단계로 BOJ는 시행 중인 장·단기 금리정책 중 장기금리가 유도폭 하한선(마이너스 0.2%)을 밑돌더라도 이를 한동안 용인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2016년 7월 이후 최저인 연 -0.285%까지 떨어졌고, 27일에도 연 -0.27% 선을 유지했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잇달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대규모 국채 매입과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 시행 등으로 추가적인 정책 수단이 부족한 BOJ가 간접적인 수단으로 사실상의 추가 완화 효과를 도모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조치로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 2단계로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 △장기금리 유도 목표치를 인하하는 조치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자산 매입 확대 등이 고려되고 있다. 자산 매입 확대와 본원통화 확대를 가속화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라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이들 정책수단을 조합하고, 응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 시행에 따른 금융회사 수익성 악화, 주식시장 기능 저하, 일본 국채시장 침체 등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조치도 준비하기로 했다.
엔화 강세에 곤두세운 촉각
BOJ가 이처럼 서둘러 “모든 정책수단을 가용해 경기 둔화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배경은 최근 엔화 강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강해지면서 엔화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인데 미국과의 금리차가 축소되는 것까지 방치하면 엔화 강세·달러 약세 흐름을 제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시행 이후 달러당 80엔대에서 120엔대로 급격히 낮아졌던 엔화 가치가 빠르게 정책 시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면 6년여간 금융권 실적 부진 등 출혈을 감수하고 거둔 효과가 반감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104.50엔까지 치솟았다. 올 1월 3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04엔대에 진입한 데 이어 2016년 11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27일에도 줄곧 달러당 105엔대를 유지하는 강세 국면이 지속됐다. 엔화는 유로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