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세계질서 봉합 나선 마크롱…G7 중재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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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의 적 반드시 우리 적 아냐" 설파…이란 외무장관 초청 깜짝기획
작년 극심한 이견 노출했던 캐나다 G7과 비교해 주목할만한 진전
프랑스의 전통적 중재자 역할 복원 꿈꿔온 마크롱…향후 행보 주목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주최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방의 적이 반드시 우리의 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크롱의 이 말은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이란 핵 합의 파기 위기의 해법 마련의 돌파구 모색을 위한 일종의 예고성 발언이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듯 '우방'(미국)의 '적'(이란)의 외무장관을 언론에 사전 예고도 없이 G7 정상회담장에 불러들이는 깜짝 기획을 단행했다.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탑승한 항공기가 비아리츠에 착륙한 것 같다는 소식이 주요 외신들의 긴급 타전으로 회담장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은 이를 뒤늦게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자리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과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회동한 데 이어 독일과 영국 정부 당국자들에게도 핵합의 유지를 위해 자국이 구상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뒤 5시간 만에 출국행 비행편에 몸을 실었다.
마크롱이나 프랑스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는 이번 자리프 장관과 미국 정부 관리들의 즉석 대화를 주선하고 싶어한 기류가 역력했다.
하지만 이란 외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 간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대화가 만약 이뤄졌다면 이번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이란 핵합의 파기 위기가 본격화한 이래 가장 중요한 '서프라이즈 뉴스'가 될만한 소식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는 비록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중재자'인 프랑스를 사이에 두고 이란의 뜻을 어느 정도 확인했고, G7은 이란 핵합의 파기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폐회 기자회견)는 수준의 언급을 끌어낸 것은 소기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최대한의 압박' 전법으로 제재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이란도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중동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란 핵 위기의 주목할만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G7 국가들은 수 페이지짜리 공식 공동선언(코뮈니케)은 아니더라도 약식 성명을 채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작년 6월 캐나다 퀘벡 G7 정상회담에서 정상들 간의 극심한 이견으로 코뮈니케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것에 비하면 이 역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G7 정상들은 이 한쪽짜리 성명서에서 개방되고 공정한 세계 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작년 G7 회담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을 넣은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 다른 일정 참석차 먼저 자리를 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늦게 이에 격노, 코뮈니케를 승인하지 말라고 대표단에 지시하는 소동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달라진 기류다.
특히, 트럼프는 작년 G7 회담 후 의장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고 비난한 것과 반대로 이번에는 마크롱과 공동 폐막 회견을 하면서 그에게 "정말 성공적이었다.
진짜 G7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엄청난 일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마크롱은 이번 G7 회담 전부터 국제사회의 주요 갈등 이슈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G7 정상회담에 매우 공을 들여왔다.
마크롱은 취임 전부터 프랑스 대통령의 현대 국제정치의 역사 속에서 가진 전통적인 중재자 역할론을 늘 강조해왔다.
G7 회담 자체가 프랑스의 제안으로 프랑스에서 제1회 회담이 열린 것이 모체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중도파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대통령은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국제사회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증하자 서방의 선진 민주국가들을 모은 비공식 협의 채널을 제안했고, 1975년 자국 랑부예에서 제1회 G6(당시는 캐나다 미포함) 회담을 개최했다.
이듬해 캐나다가 합세하면서 매년 이어진 G7 채널은 국제 사회에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에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강대국들 사이에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기 시작한 뒤부터 G7은 부유한 선진국들이 극심한 갈등을 노출하는 장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작년 캐나다 G7 정상회담이 끝나고서 G7을 "분열과 어둠의 무대"라고 비판했던 마크롱이 올해 회담을 '분열과 어둠의 무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하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성과 역시, 이란 핵 문제와 프랑스-미국 간 무역갈등 등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항상 예상을 초월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 잠재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성공'으로 속단하는 것은 일러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중재자의 위상과 힘을 통해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겠다는 마크롱의 구상이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작년 극심한 이견 노출했던 캐나다 G7과 비교해 주목할만한 진전
프랑스의 전통적 중재자 역할 복원 꿈꿔온 마크롱…향후 행보 주목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주최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방의 적이 반드시 우리의 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크롱의 이 말은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이란 핵 합의 파기 위기의 해법 마련의 돌파구 모색을 위한 일종의 예고성 발언이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듯 '우방'(미국)의 '적'(이란)의 외무장관을 언론에 사전 예고도 없이 G7 정상회담장에 불러들이는 깜짝 기획을 단행했다.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탑승한 항공기가 비아리츠에 착륙한 것 같다는 소식이 주요 외신들의 긴급 타전으로 회담장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은 이를 뒤늦게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자리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과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회동한 데 이어 독일과 영국 정부 당국자들에게도 핵합의 유지를 위해 자국이 구상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뒤 5시간 만에 출국행 비행편에 몸을 실었다.
마크롱이나 프랑스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는 이번 자리프 장관과 미국 정부 관리들의 즉석 대화를 주선하고 싶어한 기류가 역력했다.
하지만 이란 외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 간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대화가 만약 이뤄졌다면 이번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이란 핵합의 파기 위기가 본격화한 이래 가장 중요한 '서프라이즈 뉴스'가 될만한 소식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는 비록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중재자'인 프랑스를 사이에 두고 이란의 뜻을 어느 정도 확인했고, G7은 이란 핵합의 파기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폐회 기자회견)는 수준의 언급을 끌어낸 것은 소기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최대한의 압박' 전법으로 제재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이란도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중동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란 핵 위기의 주목할만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G7 국가들은 수 페이지짜리 공식 공동선언(코뮈니케)은 아니더라도 약식 성명을 채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작년 6월 캐나다 퀘벡 G7 정상회담에서 정상들 간의 극심한 이견으로 코뮈니케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것에 비하면 이 역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G7 정상들은 이 한쪽짜리 성명서에서 개방되고 공정한 세계 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작년 G7 회담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을 넣은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 다른 일정 참석차 먼저 자리를 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늦게 이에 격노, 코뮈니케를 승인하지 말라고 대표단에 지시하는 소동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달라진 기류다.
특히, 트럼프는 작년 G7 회담 후 의장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고 비난한 것과 반대로 이번에는 마크롱과 공동 폐막 회견을 하면서 그에게 "정말 성공적이었다.
진짜 G7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엄청난 일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마크롱은 이번 G7 회담 전부터 국제사회의 주요 갈등 이슈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G7 정상회담에 매우 공을 들여왔다.
마크롱은 취임 전부터 프랑스 대통령의 현대 국제정치의 역사 속에서 가진 전통적인 중재자 역할론을 늘 강조해왔다.
G7 회담 자체가 프랑스의 제안으로 프랑스에서 제1회 회담이 열린 것이 모체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중도파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대통령은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국제사회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증하자 서방의 선진 민주국가들을 모은 비공식 협의 채널을 제안했고, 1975년 자국 랑부예에서 제1회 G6(당시는 캐나다 미포함) 회담을 개최했다.
이듬해 캐나다가 합세하면서 매년 이어진 G7 채널은 국제 사회에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에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강대국들 사이에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기 시작한 뒤부터 G7은 부유한 선진국들이 극심한 갈등을 노출하는 장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작년 캐나다 G7 정상회담이 끝나고서 G7을 "분열과 어둠의 무대"라고 비판했던 마크롱이 올해 회담을 '분열과 어둠의 무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하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성과 역시, 이란 핵 문제와 프랑스-미국 간 무역갈등 등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항상 예상을 초월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 잠재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성공'으로 속단하는 것은 일러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중재자의 위상과 힘을 통해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겠다는 마크롱의 구상이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