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공장을 방문해 경영진 회의를 주재하고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공장을 방문해 경영진 회의를 주재하고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업체들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LG와 삼성이 서로 다른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 LG는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삼성은 당분간 LCD 체제를 유지하며 신기술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9일부터 8.5세대 올레드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광저우 공장을 가동한다. 광저우 공장은 올레드 패널을 월 9만장(55인치 패널 54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공장이 가동되면 파주, 구미, 베트남 공장과 함께 55인치 TV용 기준 올레드 공급을 오는 2022년까지 월 1000만대로 늘려 LCD에서 올레드로의 전환을 굳힌다. 그동안 올레드 패널 공급부족으로 시장을 키울 수 없었던 구조점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계획.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올레드 생산라인에도 3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전략이 다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도 당분간 대형 LCD 패널을 지킨 뒤 내년 차세대 패널로 꼽히는 '퀀텀닷 올레드(QD-OLED)'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QD OLED란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로 개발 중인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로 RGB(빨간·초록·파란색) 3색 소자 중 파란색을 광원으로 쓰고 빨간색과 초록색 QD 필터를 그 위에 올려 색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현재 삼성의 대표 TV인 QLED가 LCD 패널을 쓰는 것과 달리 QD OLED는 올레드 기반이란 차이점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찾아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지칭한 대형 디스플레이란 현재 삼성의 주력인 LCD 패널 기반 'QLED TV'로 추정된다. 올레드를 간판으로 내세운 LG와 달리 아직 올레드 TV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삼성이 당분간 LCD에 주력하겠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후 투자자회의에서 "차세대 TV 기술로 다양한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QD OLED도 후보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QD OLED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이 LCD 출구전략에 부심하는 것은 가격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 공세를 이겨내기 어려워서다.

최근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은 '중국 판'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LCD 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2위(16.5%), 삼성디스플레이는 5위(12.5%)였다. LG디스플레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이 20.1%에서 16.5%로, 삼성디스플레이는 15.1%에서 12.5%로 내려앉았다.

중국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BOE·차이나스타(CSOT) 등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LCD 패널 시장 글로벌 1위로 올라선 BOE는 1분기에도 점유율 20.3%로 1위를 지켰다. 차이나스타도 13.2%의 점유율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LCD 기술력에서 LG, 삼성 등의 90%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업체들은 국내 업체의 약 40~70% 수준 가격에 LCD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은 국내 LCD 패널과 중국 패널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반면 가격은 중국 패널이 훨씬 저렴해 주도권이 중국 업체들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 물량 공세로 글로벌 LCD 시세가 추락하는 것도 국내 업체들의 '중장기적 탈(脫) LCD'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지난 2분기 65인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183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4달러)보다 25% 하락했다. 중대형(43·49·50인치) 역시 20% 이상 떨어졌다.

매출 상당 부분이 LCD에서 발생하는 국내 업체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1320억원, 2분기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2분기 매출은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의 70%를 LCD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1분기 5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분기도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이 국내 업체들의 생산원가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만들수록 손해"라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