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어떤 상황에서도 10월 말 EU 탈퇴…'안전장치' 폐기돼야"
EU 융커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는 오직 英만의 결정일 것"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는 영국만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융커 위원장은 이날 존슨 총리와 20분에 걸친 전화 통화에서 EU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면서 "노 딜 시나리오는 오직 영국만의 결정이 될 것이고, EU의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집행위는 밝혔다.

AFP는 이를 두고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책임은 오로지 영국에만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양측이 또 한 번 충돌했다고 평가했다.

융커 위원장은 또 브렉시트 합의안과 양립할 수 있는 한, 존슨 총리의 어떠한 구체적인 제안도 기꺼이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고 집행위는 전했다.

융커 위원장은 동시에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27개 EU 회원국의 아일랜드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며 EU는 아일랜드의 이익에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폐기와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EU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에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존슨 총리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으라면서 재협상은 안 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스톱'으로 불리는 이 안전장치는 EU 탈퇴 이후에도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로, 최근 물러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EU가 합의한 사안이다.

영국을 EU 관세 동맹에 잔류시키면 당장 브렉시트로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 보더'에 따른 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면 EU 탈퇴 효과가 반감된다면서 EU에 '백스톱' 규정 폐기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 역시 이날 존슨 총리가 융커 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안전장치'를 폐기하지 않는 한 브렉시트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10월 31일 어떤 일이 있더라도 EU에서 탈퇴할 것이며, 합의 하에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다만 EU 탈퇴협정 재협상을 통해 '안전장치'를 폐기하지 않는 한 합의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