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잘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영화 같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영상의 만족도가 높을 때 칭찬하기 위해 쓰는 말일 것이다. 영화 제작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장면 자체 완성도가 높다는 인식이 퍼진 게 아닌가 싶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화 같다’는 감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범주를 조금 좁혀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감각적인 장면이 중심이라면 MTV의 뮤직비디오가 더 탁월한 영상일 테고, 친절한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다큐멘터리가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영화적’이라고 말하는 영상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핵심은 이야기 전달력이다. 내러티브 영화 100년의 역사는 ‘한 편의 영상 안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연을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 온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의 새 광고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 같다. 콘셉트는 간명하다. 분위기 좋은 바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던 한 여성은 술잔을 앞에 두고 자신의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바텐더가 숙련된 손놀림으로 맥주 한 잔을 따라 한 여성에게 내민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차림을 한 여성으로 등장하는 배우 김서형은 자기 앞에 놓인 맥주를 보며 잠시 과거를 회상하더니 노래를 시작한다.

강산에 2집에 수록된 히트곡 ‘넌 할 수 있어’를 나지막이 부르던 여성이 고개를 돌리자 카메라가 옆으로 이동하며 시간이 함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는 손님들의 무시를 받으며 힘들게 서빙하고 있는 젊은 시절의 자신이 있다. 주눅들어 보이던 여성은 주방으로 들어가 TV를 올려다본다. TV에는 이제 여성 정치인이 나올만큼 시대가 변했다. 웨이트리스였던 김서형이 자신의 꿈을 찾아서 바를 떠난 이후, 성공한 여성으로 변모해 간다. 인물의 동선에 따라 시간을 이어붙이고 압축하는 방식은 영화 ‘노팅힐’(1999)의 유명한 계절 변화 시퀀스를 연상시킨다. 애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상처받은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가 노팅힐 거리를 걷는 장면 안에 사계절을 담아냈던 것처럼 광고는 김서형의 걸음을 따라 지난 시간을 압축한다.

이 영화는 시간을 압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1분30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는 여성의 성장담이 모자람 없이 담겨 있다. 여성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자리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사실 여기에 구구절절한 에피소드는 그다지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지금의 모습이다.

영상은 배우 김서형의 강렬한 눈빛을 통해 이 점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그 끝에 각자의 영역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또 다른 여성, 아니 동료들이 있다. 가수 김윤아와 코미디언 송은이는 김서형과 함께 자축의 잔을 들며 노래를 함께 부른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할 수가 있어/그게 바로 너야.” 짧은 영상 안에 사연을 담아낼 수 있는 건 몇 가지 비결이 있다. 그중 핵심이 노래다. 어제의 노고를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는 데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만큼 적절한 선곡도 드물 것이다. 스텔라 아르투아 광고는 노래 가사를 통해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 영상과 연기로 이를 보조하며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좋은 영상은 시대의 요구를 읽어내고 반영하는 법이다. 스텔라 아르투아가 이번 광고에서 부각시키는 키워드는 근래 핵심 화두 중 하나인 ‘당당한 여성들’이다. 배우 김서형, 가수 김윤아, 코미디언 송은이는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여성을 대표할 만하다.

이제 남녀평등은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실상은 여전히 유리천장에 막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주변의 압박과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지난날을 칭찬하고 오늘을 격려하는 모습은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울림이 있다. 그 축하와 격려의 자리에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스텔라 아르투아 한 잔. 이번 광고의 가장 어여쁜 점은 맥주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태도에 있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 삶의 치열함을 버텨온 여성들에게 바치는 맥주 한 잔. 그렇게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은 스텔라 아르투아의 별처럼 빛난다.

영화평론가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