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글로벌 유통기업 '무덤' 중국에 도전장 내민 美 코스트코
27일 상하이에 첫 매장 열어
손님 몰리고 물건 동나면서 오후 1시40분 조기 영업 종료


미국 회원제 대형 슈퍼마켓 체인 코스트코가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코스트코는 27일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요. 프랑스 까르푸, 독일 메트로, 일본 다카시마야 등 코스트코보다 훨씬 먼저 중국에 진출한 외국 유통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중국 시장을 떠났거나 철수를 준비 중이어서 코스트코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개장 첫 날 영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9시 전부터 매장 앞에는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손님들이 한 꺼번에 몰리면서 매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주차하는데 최소 3시간이 걸렸고 계산을 하는데만 2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물건도 거의 동났습니다. 밀려드는 손님을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코스트코는 결국 오후 1시40분에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코스트코는 이날 매장을 찾은 손님 숫자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상하이 시내에서 30㎞ 떨어진 민항구에 문을 연 1호점은 1만4000㎡ 면적에 1200여대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주차장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가장 크다고 합니다. 상하이 중심지인 인민광장에서 1호점까지는 자동차로 40분을 가야 합니다. 세계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중국 매장도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회원에 가입하려면 299위안(약 5만원)을 내야 합니다.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디기까지 코스트코는 10년 동안 치밀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4년 전부터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궈지에 입점해 중국 소비자들을 분석했지요. 그 결과 중국 화둥지역에서 이용률이 높았는데 이는 1호점 입지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스트코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품목을 줄이는 대신 품질을 높이고 최대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1호점의 상품 품목수를 나타내는 SKU(stock keeping unit)는 3400으로 까르푸, 월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면 가격은 최대 60%가량 낮췄습니다. 구이저우 마오타이 술은 병당 1498위안으로 시중 마트보다 400위안 정도 저렴합니다. 한국 브랜드 MCM 가죽 가방 가격도 4399위안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서 판매되는 할인가보다 1100위안가량 쌉니다.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된 중국에서 코스트코는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러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Touch), 맛보고(Taste), 고르는(Take) ‘3T 경험’을 최대한 강조한다는 방침이지요.

첫 날 영업은 성공적이었지만 향후 코스트코가 중국 시장에 안착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코스트코보다 앞서 중국 유통 시장에 진출했던 외국 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지요. 24년 전 진출했던 프랑스 까르푸는 최근 중국 시장을 떠났습니다. 까르푸보다 1년 늦게 진출한 독일 메트로도 중국 시장 철수를 위한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년 전 중국 상하이 번화가에 입성했던 일본 다카시마야도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지요. 코스트코의 첫 날 영업 상황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도 중국의 소비 파워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글로벌 기업의 현실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코스트코는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 세계 11개 국가에 진출해 모두 77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등록 회원은 9700만 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1384억3400만달러(약 166조원)를 기록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