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모자 장례절차 협의 난항…정부·탈북민단체 이견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한모(42)씨 모자의 장례 문제를 둘러싼 협의가 정부와 탈북민 단체 간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탈북 모자의 사망 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추모 운동을 벌여온 탈북민 단체는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28일 통일부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 탈북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와 단체 측은 지난주 경찰의 부검 결과 발표 이후 거듭한 협의에도 장례 문제에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2009년 하나원을 수료한 한씨는 아들 김모(6) 군과 함께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모자 모두 '사인 불명'이라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며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후 탈북민단체 측은 '사인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정부에 남북하나재단 등의 '책임자'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 측에서는 한씨 모자의 아사(餓死·굶주려 죽음)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부검 결과가 정부의 '책임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통일부·탈북민 간 협의기구 구성이나 '특별법' 입법 등의 요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비대위가 자체적으로 광화문에 설치한 분향소가 아닌 별도의 정식 빈소를 일단 마련하고, 시간을 두고 후속 대책을 논의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남북하나재단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시간이 걸리는 제도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과 망자의 영면을 위한 빈소를 준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빈소 설치 및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단체 간 이견이 계속될 경우 장례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씨 모자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있고, 고인에 대한 예우 문제도 있는 만큼 정부는 단체들과의 대화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협의 과정 중에 여러 다른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인에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조문이나 장례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탈북민 단체들과 원만하게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