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어 다시 시위…"집회 시위 제발 그만"
청와대 인근 주민들 "삶의 터전·일상생활 지켜달라"…침묵시위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잦은 집회·시위에 따른 어려움을 알리고 자제를 요청하며 2년 만에 다시 '침묵시위'에 나섰다.

'청운효자동·사직동·부암동·평창동 집회 및 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주민 총회를 열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일상생활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나선 건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주민들은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 자제를 요청하며 침묵시위를 벌였고 경찰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총회에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해 주민센터 강당을 가득 메웠다.

자신을 부암동 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집회 시위도 좋지만 외출하고 들어올 때 교통편이 없어서 불광동으로, 길음역으로 가야 한다"면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도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맹학교에 자녀가 다닌다는 한 학부모는 "시각 장애인 아이들은 소음에 예민한데 수업을 받을 때도, 이동할 때도 힘들다"면서 "주변 시위로 인해 집까지 가는 데 3시간 넘게 걸린 아이도 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주민은 "하루 3∼4번씩 집회가 열리면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소음 신고를 해도, 항의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서 경찰의 대응·대처에도 불만을 털어놨다.

대책위는 호소문에서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 지역은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모여든 시위대에 둘러싸여 주민들이 늦은 밤까지 소음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책위는 "장애인복지관, 농아학교, 맹학교 등이 있어 보행 안전이 어느 지역보다 중요하지만, 집회 및 시위자들이 수시로 보도를 점령해 주민들의 보행 안전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직동, 부암동, 평창동 지역은 시위대가 도로를 점령하면 교통이 마비돼 차량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교통감옥"이라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열리는 집회 시위 탓에 장사를 할 수 없어 내놓은 가게도 여러 곳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향해 외친다는 집회 시위 소리에 정작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여기 사는 주민들"이라며 "주민들도 마을의 평온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총회를 끝낸 뒤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마이크나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이어 '교통감옥 해소', '학생들의 수업 방해 더이상 안 돼요', '지역 현안은 그 지역에서'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복궁 인근까지 침묵한 채 행진했다.

대책위는 주민 피해 사례, 주민 요구사항, 호소문 등을 정리해 추후 청와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