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이후 청소년 탈선 장소로, 민원 빗발쳐
전주 덕진구 "건축물 소유주에게 자진철거 명령"
한국전쟁 직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문을 연 금암고등학교가 6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8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금암고등학교는 1956년 숭실고등공민학교로 인가를 받아 개교했다.

전란으로 어지러웠던 시기에 전쟁고아와 빈곤층은 이 학교에서 배움을 얻으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산업화를 거쳐 학교는 1986년 11월 당시 문교부로부터 '학력 인정 사회교육 시설 숭실상업학교'로 지정받아 주·야간반을 운영했다.

이후 금암고로 명칭을 바꿔 최근에 이르다가 2010년 무허가 교사(校舍)와 보조금 횡령, 학생 인권침해 등의 부정이 발각돼 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폐교 이후 도심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교사는 청소년 탈선장소로 전락해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도 안전사고 발생을 우려하며 전주시와 덕진구 등에 관련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다.

덕진구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파손된 담장을 보수하고 교사 출입을 통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는 흉물로 변해갔다.

주변 도로가 정비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폐교가 주는 이질감은 차츰 심해졌다.

덕진구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어려웠던 시대 배움의 산실로 자리했던 금암고를 철거하는 쪽으로 도심개발 방향을 잡았다.

지난 6월 금암고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이 나오면서 더는 폐교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는 건축물 소유주에게 폐교의 자진철거를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금 부과와 행정대집행 등 법적 조처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종엽 덕진구청장은 "그동안 많은 불편을 겪은 주민들을 위해 건축물과 용지 정비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며 "주민의 삶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