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이 예고대로 28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제외한 가운데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연구개발(R&D)에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에 이은 대규모 재원 투입 공식화에 관련 업계는 일제히 반겼다. 전략적 핵심품목 국산화를 달성할 때까지 정부의 체계적·장기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 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발표했다. 100대 핵심 품목을 선정해 맞춤형 R&D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핵심품목은 '국내 기술 수준(역량)'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글로벌화 목표 기술개발 △대체품 조기투입 기술성숙도 향상 △우리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 창출 △공급·수요기업 상생형 R&D 추진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투자한다.

이를 위해 올해 1조원(추경 포함)을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몰 관리도 면제하기로 했다.

앞선 21일에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R&D와 관련해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신규 R&D 투자가 적기에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약 1조9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3개 R&D 사업의 예타를 생략했다.

정부의 연이은 소재 국산화 대책 발표 소식에 업계는 일단 환영 분위기다. 아직 계획 발표 단계라 실질적 지원 여부를 체감하긴 어렵지만 큰 방향성을 설정해 업계 전반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 배터리 소재 업체 대표는 "실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 정책들은 무에서 유가 창조된 것이다. 기존에 없던 정책과 예산이 생겨난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자금력이 약하다.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지원해준다면 기술인력 충원이나 기술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 육성을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의 실제적 R&D 예산 배정, 연도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 및 R&D 예산지원 계획 제시, 1~2차 테스트베드의 구체적 지원 약속 등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빠른 시간 내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의 '국가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리스트화하고 중장기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법제화가 요구된다"면서 "동시에 대기업들도 국내 협력업체(벤더)에 대한 조건부 구매를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업계는 예산 지원뿐 아니라 R&D 세액공제 비율 상향, 시설투자 세액공제 요건 완화를 비롯해 해외 핵심소재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펀드 조성, 관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 첨단소재 평가를 위한 테스트베드 조기 구축 등 제도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에는 기술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부지기수인 실정이었다. 때문에 보다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주문했다.

반도체 열처리 장비업체 관계자는 "핵심소재 국산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반짝 이슈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근본 체력을 키우지 못하면 정부 지원도 소용이 없다"며 "중소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를 받쳐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