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홍콩…캐리 람, 사실상 계엄령 '긴급법' 발동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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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시위 양상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할 듯
람 "혼란 멈출 모든 법규 검토"
52년 만에 긴급법 강행 시사
체포·구금·검열 등 비상대권 부여
람 "혼란 멈출 모든 법규 검토"
52년 만에 긴급법 강행 시사
체포·구금·검열 등 비상대권 부여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다시 폭력 양상을 보이자 홍콩 정부가 ‘긴급법’ 발동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긴급법 발동은 사실상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야당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오는 31일 홍콩 도심에서 예정된 대규모 시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긴급법 발동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열린 행정회의에서 갈수록 격화하는 시위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긴급법 발동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긴급법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식 명칭이 ‘긴급상황규례조례’인 긴급법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1922년 제정됐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긴급법이 시행되면 간행물이나 문자, 지도, 사진, 통신 등을 검사하고 통제할 수 있다. 또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등이 가능하고 모든 물자 운송과 교통도 통제할 수 있다. 재산에 대해서도 관리와 몰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행정장관은 정부의 비상조치를 어겼을 때 처벌 수준을 정할 수 있고 그 처벌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지금까지 홍콩이 긴급법을 발동한 것은 한 차례뿐이다. 1966년 노사분규가 발생했고 이에 홍콩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자 1967년 7월 시민과 학생, 공산주의자 등이 가세해 대규모 폭동 사건이 터졌다. 당시 홍콩 정부는 긴급법을 발동해 경찰에 집회 해산 권한을 부여하고 3인 이상 집회를 ‘불법 집회’로 간주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람 장관의 긴급법 검토 발언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제임스 토 민주당 의원은 “긴급법 적용은 홍콩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고 평화적인 집회 권리를 완전히 박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내부와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SCMP는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에서 친중파 레지나 이프 의원 등 두 명이 긴급법 발동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사이먼 영 홍콩대 법대 교수는 “긴급법이 제정된 당시는 홍콩과 광저우의 총파업으로 전시 상태와 같았다”며 “홍콩인권법안조례는 홍콩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만 기본적인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긴급법 적용이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나온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자체 법규를 적용해 사태를 수습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에 직접 개입하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무너뜨렸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명보에 따르면 이달 초 홍콩과 마주한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한 좌담회에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의 장샤오밍 주임은 “아직 홍콩 정부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 친중파 소식통은 “너무 일찍 긴급법을 꺼내 들면 역풍을 부를 수 있어 홍콩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못했다”며 “31일 예정된 시위 추이를 본 뒤 긴급법 시행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오후 3시부터 도심인 채터가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어서 홍콩과 중국 정부, 국제사회는 시위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열린 행정회의에서 갈수록 격화하는 시위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긴급법 발동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긴급법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식 명칭이 ‘긴급상황규례조례’인 긴급법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1922년 제정됐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긴급법이 시행되면 간행물이나 문자, 지도, 사진, 통신 등을 검사하고 통제할 수 있다. 또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등이 가능하고 모든 물자 운송과 교통도 통제할 수 있다. 재산에 대해서도 관리와 몰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행정장관은 정부의 비상조치를 어겼을 때 처벌 수준을 정할 수 있고 그 처벌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지금까지 홍콩이 긴급법을 발동한 것은 한 차례뿐이다. 1966년 노사분규가 발생했고 이에 홍콩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자 1967년 7월 시민과 학생, 공산주의자 등이 가세해 대규모 폭동 사건이 터졌다. 당시 홍콩 정부는 긴급법을 발동해 경찰에 집회 해산 권한을 부여하고 3인 이상 집회를 ‘불법 집회’로 간주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람 장관의 긴급법 검토 발언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제임스 토 민주당 의원은 “긴급법 적용은 홍콩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고 평화적인 집회 권리를 완전히 박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내부와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SCMP는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에서 친중파 레지나 이프 의원 등 두 명이 긴급법 발동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사이먼 영 홍콩대 법대 교수는 “긴급법이 제정된 당시는 홍콩과 광저우의 총파업으로 전시 상태와 같았다”며 “홍콩인권법안조례는 홍콩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만 기본적인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긴급법 적용이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나온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자체 법규를 적용해 사태를 수습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에 직접 개입하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무너뜨렸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명보에 따르면 이달 초 홍콩과 마주한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한 좌담회에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의 장샤오밍 주임은 “아직 홍콩 정부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 친중파 소식통은 “너무 일찍 긴급법을 꺼내 들면 역풍을 부를 수 있어 홍콩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못했다”며 “31일 예정된 시위 추이를 본 뒤 긴급법 시행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오후 3시부터 도심인 채터가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어서 홍콩과 중국 정부, 국제사회는 시위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