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구절벽
내가 초등학생 때, 한 반의 학생은 70명이었다. 학생은 많고 교사(校舍)는 부족해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1971년생은 105만 명이다. 작년 사상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명 이하인 0.98명으로 떨어졌다. 2019년생은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지금 초등학교 한 반의 학생이 20명 수준인 이유다.

인구학적으로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고, 이런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될 때 ‘초저출산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출산율이 1.24명으로 낮아져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런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700년에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15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상승 반전은커녕 계속 낮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출산율 부진 보고서’를 보면 출산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 및 양육비 부담’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3억89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 이상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저출산 대책으로 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1993년 출산율 1.65명을 기록했던 프랑스는 2012년 출산율이 2.02명을 넘어서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했다. 프랑스는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의 90% 이상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은 물론 초·중등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또 국내총생산(GDP)의 4.7%인 약 150조원을 출산장려 보조금으로 지급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장려 예산은 GDP의 1%를 넘지 못한다. OECD 평균인 2.5%와도 격차가 크다. 해외 성공사례처럼 국가가 양육을 책임질 정도로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출산율은 분명히 개선될 수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 인구정책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인구는 국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이지만 산아제한정책이 계속되면 2100년에는 9억 명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의 경쟁력도 약화되는 것이다. 한국의 ‘인구절벽’은 앞으로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가 전폭 지원하는 인구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