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그룹인 시타델의 국내 주식 초단타 매매 창구 역할을 했던 메릴린치가 한국거래소 제재에 정식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본격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메릴린치 "시타델 주문수탁 제재 재심의 해달라" 거래소에 이의신청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시타델 위탁증권사인 메릴린치에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메릴린치가 시타델증권의 알고리즘 고빈도거래를 통한 6000건 이상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했다는 게 당시 거래소 설명이었다. 알고리즘 매매는 일정 가격이 되면 자동 주문을 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 매매하는 거래 방식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회원사들은 제재 결정 한 달 안에 정식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시타델증권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의 메릴린치 제재안도 첨예한 현안이었다. 거래소는 이례적으로 8개월 동안 일곱 차례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 메릴린치는 시장감시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글로벌 잣대로 봤을 때 거래소가 시장감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알고리즘 매매를 허수성 주문으로 잘못 판단했다는 게 메릴린치 측 주장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메릴린치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거래소의 이번 제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재금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제재를 받았다는 이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의신청서를 검토한 뒤 시장감시위를 다시 개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의신청서에 새롭게 검토해볼 만한 내용이 없다면 굳이 시장감시위를 개최할 필요는 없다”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