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ELS, ETN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수도
불완전판매 없애야 하나 당국 섣부른 개입은 곤란
DLS와 ELS는 올 들어 월평균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팔려 나갔다. DLS는 월평균 2조4755억원, ELS는 월평균 7조4027억원씩 팔려 전년에 비해 각각 4.9%, 5.7% 늘며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위험·고수익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것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은 물론 주가연계신탁(ELT), 환율 관련 파생상품인 목표상한선도(TRF) 등도 DLS, ELS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키코(KIKO)도 비슷한 상품이었다. 기본적으로 방향성이 아닌 변동성 축소에 베팅한다는 특성이 있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나 금리, 환율 등이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꼬박꼬박 안겨준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 크게 오르거나 내리면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물론 원금 전체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는 구조다. 설계하기에 따라서는 키코처럼 원금의 몇 배를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DLS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자칫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품들은 평소에는 소리 소문 없이 잘 팔리다가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과거 키코 사태가 그랬고, 2016년 ELS 투자 손실도 마찬가지다. 사태의 전개 과정도 늘 비슷하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금융당국의 조사와 관련 소송이 이어진 뒤 시장이 조용해지면 논란도 슬그머니 사그라든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과 국회까지 가세해 DLS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따지겠다고 나섰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구조화 상품 투자에서도 ‘자기책임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손실의 1차 책임은 어디까지나 투자자에게 있다. 높은 수익에는 상응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당연하다. DLS, ELS 투자자 중에는 수익을 올릴 때는 가만히 있다가 손실이 생기면 불완전판매나 소송 문제를 들고나오는 이들도 없지 않다.
물론 불완전판매는 근절돼야 한다. 해당 금융회사에 엄격한 벌칙도 내려져야 할 것이다. 다만 이는 약관 심사나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상시적으로 꾸준히 단속해야 할 일이다. 금융당국이 평소에는 뒷짐지고 있다가 투자자 손실이 이슈화되면 뒤늦게 나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식은 곤란하다. 금융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