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사모펀드(PEF)에 지주회사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법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PEF에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려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앞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영참여형 PEF에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 규정 적용 배제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대표발의했다.

경영참여형 PEF는 주식·채권 등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전문투자형 PEF와 달리 기업을 직접 인수해 가치를 불린 뒤 되파는(바이아웃) 방식으로 이득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4년 제도 도입 후 급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PEF가 M&A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 기업과 달리 지주회사나 상호출자제한 등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산총액 5000억원이고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 또는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된다. 지주회사로 지정되면 부채비율과 자회사 주식 소유비율 준수, 계열사 외 회사주식 소유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이를 어길 경우 주식처분명령 등 시정조치와 의결권 행사 제한 등 제재가 뒤따른다.

자본시장법은 PEF에 대해 이 같은 지주회사 규제를 설립 후 최대 10년까지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PEF업계에서는 “법상 PEF 존속기간이 15년인 점을 감안하면 존속기간 내 PEF가 적법하게 운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10년을 넘어설 경우 지주회사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성 의원은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려 PEF 존속기간과 일치시키는 법안을 내놓았다. 성 의원실 관계자는 “2004년 제도 도입 당시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한 것은 대기업들이 PEF를 계열사 부당지원 창구 등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지금은 그런 우려가 많이 불식된 만큼 PEF 존속기간과 불일치라는 모순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도 최근 성 의원안에 찬성 입장을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적 정합성 측면을 고려하면 PEF 존속기간과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15년으로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판단은 달랐다. “10년 유예기간이 경과하더라도 공정거래법에 추가 연장 조항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정무위에 전달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 법안이 특정 PEF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까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