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근의 자연치유] 소금과 건강
소금이 혈압을 높이고 위암을 유발한다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력한 권고에 저염식식단이 일반화된 지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저염식 식단이 고혈압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인가?

1980년대 초 미국 앨라배마대 심장연구소 소장인 해리어트 P. 더스틴은 150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염분이 많은 식사를 한 그룹과 염분이 적은 식사를 한 그룹을 비교연구한 결과 소금섭취량이 혈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더스틴 소장은 “소금문제로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 소금은 고혈압을 유발하지 않는다. 소금을 얼마나 먹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1988년 전세계 52개국에서 약 10000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소금섭취량은 혈압과 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저염식은 오히려 심장마비를 유발하고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 의대와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공동연구에서 소금을 적게 먹인 고혈압 환자그룹이 많이 먹인 고혈압 환자그룹에 비해 심장마비 발생위험이 4배 높게 나타나는 예상 밖의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1998년 마이클 앨더만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는 “1만13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소금을 적게 먹으면 심장마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1일 소금섭취량을 1g씩 늘리면 고혈압,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을 10%씩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2011년 미국에서 실시한 6개 연구도 적절한 소금섭취가 고혈압,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사망위험을 현저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했다. 2011년 미국의사협회 학회지(AMA)에는 8년간 3681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럽의 연구결과 저염식은 오히려 혈압을 높혀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더 커진다는 논문이 실렸다.

같은 해 영국의 데일리메일 역시 ‘저염식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영국 엑서터대학 연구진들이 6489명을 상대로 진행한 연구와 기존 연구 7건을 분석한 결과 “저염식 식사는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등에 도움되지 않으며 오히려 심장병 환자들의 크게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저염식이 건강에 이롭다는 이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합성의약품, 환경오염, 가공식품에 함유된 독성물질 등으로 고혈압, 심장마비, 뇌졸중이 급증하자 제약회사, 화학회사, 식품회사의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은 뇌심혈관질환의 원인을 소금으로 돌리기 위해서 ‘저염식치료’라는 엉뚱한 이론을 만들어냈다. 거대 정유회사가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인 화학공장과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 화학성분 대신 담배연기를 폐암의 주범으로 뒤집어씌운 전략과 유사하다.

충분한 소금섭취는 혈액의 pH를 7.4로, 체온을 36.5도로 유지한다. 심장과 혈관의 운동, 간과 신장기능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소금은 변과 땀을 통해 독소를 배출하며, 위산의 원료로 사용돼 저산증을 예방한다. 소금 부족으로 양수가 탁해지면 미숙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신장과 대장은 염분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체내에서 필요한 염분을 사용하고 남은 것은 소변과 대변으로 배출해 혈액량과 혈압을 조절한다. 인체 70%는 수분이며 수분의 0.9%는 소금이다. 이런 소금 중 27%가 뼈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소금을 부족하게 섭취하면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에 걸리게 된다. 또 채소를 삭혀 소화시키려면 일정량의 소금 섭취가 요구된다. 염분이 부족한 초원지대에서 양 같은 초식동물이 자꾸 흙을 파먹는 행동을 하는 것도 소금 양이 부족해서다.

천일염 소금에는 염화나트륨 외에도 마그네슘, 황, 아연, 칼륨, 칼슘, 요오드 등 각종 미네랄이 적절하게 들어있어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당뇨병, 천식, 우울증, 골다공증, 암을 예방한다. 갑상선호르몬인 티록신은 태아의 두뇌발달과 성장, 신진대사에 필요한 호르몬으로 주성분인 요오드는 소금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가장 좋은 소금은 바닷물과 햇빛으로 만든 천일염이다. 특히 전남의 목포, 신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다양하고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세계 최고 품질의 미네랄 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인 5g이다. 한국은 13.5g으로 미국 8.6g, 영국 9g, 일본 10.7g에 비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소금 중량을 대략 2.5로 나누면 순수 나트륨량이 산출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의 하루 섭취권장량을 2000mg, 하루 필요량을 1500mg, 하루 상한선을 3000mg으로 낮게 잡고 있다. 이에 비해 실제 한국인은 나트륨 기준으로 평균 5400mg, 최대 8000mg을 먹고 있다.

자연의학의 관점에서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하루 20g의 천일염(나트륨으로 8000mg) 섭취가 권장된다. 고혈압, 신장질환이 아닌 건강한 환자라면 굳이 소금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없다. 가장 큰 걸림돈은 정제된 소금, 즉 염화나트륨만 들어 있는 소금만 먹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식탁 위의 정제소금을 피하고 대신 천일염이나 암염 등 나트륨 외에 많은 무기질이 풍부한 소금을 먹는 게 바람직하다. 소금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황, 아연, 칼륨, 칼슘, 요오드 등은 나트륨의 악영향을 상쇄하고 각기 순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고염식이 고혈압, 신장질환을 악화시키지만 저염식이 고혈압을 예방하는 필수요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