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을 의회가 추진하자 9월 중순부터 의회를 정회시키겠다고 28일 발표했다.

BBC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9월 둘째주부터 10월 14일까지 하원을 정회하고 이후 새 회기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원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다음달 3일 개회할 예정이었는데, 의회가 열리고 1주일 만에 하원을 사실상 폐쇄하는 이례적인 의사 일정을 밝힌 것이다.

존슨 총리는 교육과 보건, 범죄 대응 등 국내 정책을 담은 입법안을 추진하기 위한 연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의회의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 야당은 집권 보수당의 ‘반(反)존슨’·‘반노딜’파를 모아 정부 불신임 투표와 노딜 브렉시트 원천봉쇄 입법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일정이 바뀌어 9월 중순부터 의회가 닫히면 표결을 위한 시간은 1주일밖에 없다. 입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예정일은 10월 31일로 의회가 10월 중순 다시 열려도 표결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톰 왓슨 부대표는 “영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영국이 당면한 가장 큰 결정을 앞두고 총리가 국민의 의회를 닫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하원 회기는 여왕이 의회에 나와 정부의 주요 입법계획을 발표하는 연설을 한 뒤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존슨 총리는 10월 14일 ‘여왕 연설’을 요청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