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마추어 제작자가 만든 콘텐츠…韓 네티즌 항의에 '삭제'
라인 자체 검토 절차 통과…"재발 방지 노력 기울일 것"
29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은 최근 한국과 일본 등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문 대통령 스탬프(Stamps of Mr. Moon)'라는 메신저용 이모티콘을 1200원에 팔았다.
8개로 구성된 이모티콘에는 기괴하게 표현된 문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약속? 뭐라고?', '그 말이 뭐였더라?', '저는 제정신입니다' 등의 일본어 말풍선이 담겼다.
'파기', '반대'라는 일본어 글귀도 삽입됐다.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을 종료키로 한 결정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 이모티콘은 '미네오 마인(Mineo Mine)'이라는 아마추어 제작자가 만들었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 문제, 위안부 합의 등을 놓고 빚어진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을 담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인은 아마추어 제작자가 만든 이모티콘 등을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다. 라인에서 제작·판매하는 공식 스티커와는 다르다.
하지만 아마추어 제작자의 이모티콘 등도 라인의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친다. 문제가 된 문 대통령의 이모티콘도 라인의 자체 검토 절차를 통과했다.
라인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특정 국적 소유자, 인물, 법인, 집단에 대한 비방이나, 폄훼,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정치적 이미지나 선거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과도하게 공격적이거나 저속한 이미지가 포함된 경우' 등을 판매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체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했음에도 버젓이 이모티콘을 판매한 것이다. 라인은 문제의 이모티콘을 인지한 후 오후 9시50분께 스티커를 삭제했다. 한국 네티즌들의 항의와 신고가 이어졌다.
라인 측은 "내부 검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콘텐츠를 심사한 후 공개·판매해왔으나 이번 심사 과정에서 해당 콘텐츠를 거르지 못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모티콘 검수 절차를 엄중히 감사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라인은 네이버가 지분 72.64%를 보유한 자회사다. 주 사업은 메신저 '라인'이다. 일본·대만·태국·한국 등 글로벌 이용자 수는 1억6400만명에 달한다.
일본 시장이 주 무대다. 일본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 라인의 일간 이용자 수(DAU)는 전월 기준 86%에 이른다.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 10명 중 8명 이상이 네이버 라인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라인은 일본에서 메신저를 비롯해 간편결제(페이), 송금, 뉴스, 소액투자, 보험 등을 서비스 중이다. 올 초에는 라인의 신규 자회사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해 일본 가상화폐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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