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과 관련, “한국 경제를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기 위해 당분간 마이너스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 되살리려면 적자재정 불가피"
홍 부총리는 지난 26일 ‘2020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와 내년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재정의 역할을 늘리는 게 장기 재정에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나라 곳간을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2023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9% 내외로 유지하다가 이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국가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재정지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관리재정수지 비율 3% 이내’를 재정준칙으로 권고하고 있다. 기재부도 이 기준을 암묵적으로 지켜왔다. 이런 불문율을 공개적으로 깨면서까지 ‘초(超)슈퍼 예산’을 짠 건 그만큼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그는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및 수출 부진이 내년 세수에도 반영되면서 법인세가 급감하는 등 세입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며 “하지만 경제를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9.8%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굉장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적자성 채무가 늘겠지만 아직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며 “부채의 질도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적자성 채무는 융자금과 외화자산 등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어 별도의 재원이 필요 없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민 세금 등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를 의미한다.

“정부 재정에 여력이 있는데도 기재부가 긴축재정을 고집한다”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월등히 확장적 기조”라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내년 국세 수입이 0.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재정지출 증가율은 9.3%에 달한다”며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월등히 확장적”이라고 역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