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삼성 "국민 여러분께 송구…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
삼성전자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 관련 파기환송 판결 이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됐다. 삼성은 앞선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이날 대법원 판결로 경영불안 요소가 한층 커지게 됐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향후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장기간 법정 싸움에 돌입해야 한다. 이는 활발히 돌아가던 삼성의 글로벌 전략 설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공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최악의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를 맞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글로벌 '관세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삼성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3차 수출 규제 조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이 부회장은 거의 매주 주말 계열사 경영진들과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지난 5일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회의를 열었던 이 부회장은 6일 온양·천안사업장, 9일 평택캠퍼스, 20일 광주사업장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반도체부터 생활가전, 사회공헌 활동까지 폭넓은 분야를 직접 챙겼다.

총수 부재로 인해 또 당장 추진하던 M&A(인수·합병)의 수레바퀴가 멈춰 서는 등 전략적 의사결정의 부재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M&A가 없는 상태다.

다음은 삼성 입장 전문.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저희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