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CEO 한자] 험한 세상 함께 헤쳐가는 친구
함께 술 마셔주고, 얘기를 들어주며, 걱정을 나눈다. 친구, 벗의 관계다. 친구는 한자로 ‘親舊’다. 본래는 혈연관계의 친척(親戚), 오래 사귄 사람 구교(舊交)의 앞 자를 합성한 단어다. ‘벗’은 그런 친구를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붕우(朋友)를 쓴다. 붕(朋)은 한 스승에게 배운 동문(同門)을 가리킨다. 우(友)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 즉 동지(同志)다. 비슷한 맥락의 교(交)도 있다. 고교(故交), 구교(舊交) 등으로 친구를 표시한다. 새로 사귄 친구는 신교(新交)다. 고구(故舊), 고우(故友)도 벗이라는 뜻이다.

사이가 아주 가까운 벗은 지우(至友), 지교(至交)라고 부른다. 뜻과 기질 등이 서로 통해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면 집우(執友)가 된다. 원래는 진지(眞摯)하다의 지(摯)라는 글자를 썼다가 간소화한 모양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친구는 부집(父執)으로 불렀다.

어렸을 적 친구는 총각교(總角交)다. 머리를 뿔처럼 묶었던 ‘총각’ 시절의 친구다. 죽마고우(竹馬故友)도 잘 알려진 말이다. 나이가 크게 차이 나면서도 친구로 맺어지면 망년교(忘年交)다. 나이(年)를 잊는다(忘)는 뜻의 엮음이다. 금석교(金石交)는 쇠와 돌처럼 변하지 않는 우정을 지칭한다. 그런 친구는 석우(石友), 석교(石交)라고 불렀다.

아주 가까워진 사이의 친구는 막역교(莫逆交)다. 같이 오랜 세월을 지내도 ‘거스를 게 없다’는 뜻의 ‘막역’이라는 단어를 썼다. 목을 내놓고서도 상대를 지켜주는 우정은 문경교(刎頸交)다. 아주 험난한 경우에 빠진 친구를 목숨 내놓고 구하는 우정이다.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끊고, 마음이 한데 어울려 내놓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는 말은 유명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금란지교(金蘭之交)다. 난교(蘭交)라고도 한다. 도움을 주는 친구는 익우(益友), 손해를 끼치는 친구는 손우(損友)다. 겉으로는 함께 어울리고 있지만 마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친구 사이는 면우(面友), 면붕(面朋)이다.

친구와 벗은 험한 세상을 이겨가는 동반자다. 친구 잘 두면 만난(萬難)을 함께 헤쳐갈 수 있다. 그래서 한자 세계에서 친구를 지칭하는 단어의 수가 이렇게 많고 뜻은 깊다. 혈맹으로 맺어져 대한민국 발전에 큰 도움을 준 미국과의 친구 관계가 흔들린다. 서로 지켜주는 ‘문경지교’가 마음이 멀어진 ‘면붕’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해 속이 퍽 불편하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