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 마지막날인 29일 참석자들이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의 발표를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 마지막날인 29일 참석자들이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의 발표를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동네 의원에서도 종양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기기 앱솔로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입니다.”

바이오벤처 인텍바이오의 조한상 대표는 29일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에서 “한국과 유럽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고 연내 미국에서도 허가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종양 진단 후 사후관리를 위한 면역반응 검사의 하나인 효소면역분석법(ELISA)에 쓰이는 의료기기 앱솔은 가성비가 뛰어나 벌써부터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韓 진단기업

국내 진단·의료기기 벤처기업이 잇따라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콘퍼런스 둘째날인 이날 화두 중 하나는 진단·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 진출이었다. 인텍바이오는 수천만원이 넘는 데다 검사 기간도 수일이 걸리던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앱솔을 내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을 공개했다. 앱솔은 가격이 300만원 안팎이고 검사 결과도 즉석에서 알 수 있다. 조 대표는 “대형 기기 수준의 검사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작은 병원에서도 부담없이 구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췄다”며 “의료비 부담 때문에 큰 병원을 찾아가기 어려운 미국 등 해외에서 특히 효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의료기기 시장은 다른 헬스케어 분야에 비해 대형 업체의 과점 정도가 심하다. 로슈 애보트 다나허 지멘스 등 4개 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진단·의료기기 시장은 작은 업체가 역전 시나리오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제품과 비슷한 걸 내놓으면 단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해서는 중동 중국 외엔 공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통해 제품 성능을 차별화해야 유럽 미국 등 주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 줄이고 성능은 극대화

이날 발표한 기업은 ‘최초’ ‘최대’ 등의 수식어를 붙이는 곳이 많았다. 정밀의학 기업 엠비디의 구보성 대표도 해외 진출 계획을 설명했다. 엠비디는 환자에게 가장 잘 듣는 항암제를 찾아주는 의료기기 셀비트로와 아스파를 개발했다. 엠비디는 이 기기로 지난 4월과 6월 각각 국내와 미국에서 1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구 대표는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찾아주는 기존 서비스는 암세포 종류에 따른 약물반응을 데이터베이스(DB)로 미리 구축해놔야 한다”며 “암세포 변이는 2만여 가지에 이르는데 지금까지 구축한 DB는 많아야 350개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셀비트로와 아스파는 실제 인체와 비슷한 환경에서 암세포를 증식시켜 여러 종류의 항암제를 실험한 뒤 가장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을 찾아낸다”며 “암세포 변이 DB 개수에 좌우되지 않아 정확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프로테옴텍은 알레르기 진단키트 ‘프로티아 알러지 Q’를 24개국에 수출 중이다. 기존 알레르기 진단키트는 한번에 약 30가지만 진단할 수 있었지만 이 키트로는 100가지가 가능하다. 가짓수는 세 배가 넘는데 비용은 비슷하다. 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는 “추가로 22개국과 수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전체 기술로 치매 검사

이날 행사장에서는 유전체 분석업체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제발표를 한 이상혁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유전체 분석 시장이 앞으로 연평균 18.7% 성장할 전망”이라며 “바이오기업이 적극적으로 응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디엔에이링크 GPS사업부 과장은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경식 메디젠휴먼케어 차장은 “원가 절감과 기술 개발을 통해 분석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33만 명의 유전체 분석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청중은 자유발언 시간에 “최근 신약 개발 기업이 잇따라 임상에 실패하면서 바이오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며 “진단 분야는 신약 개발과 다르기 때문에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진단 분야는 아직 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적이 없는데 그런 사례가 나오면 시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박상익/임유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