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vs 日 희토류 분쟁이 가르쳐준 '克日 전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불황탈출
박상준 지음 / 알키
292쪽 / 1만6000원
박상준 지음 / 알키
292쪽 / 1만6000원
2010년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 대한 보복이었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부품 등 차세대 핵심 제품의 필수 소재다. 하지만 환경 및 채산성 등의 문제로 채굴이 쉽지 않다. 2010년 기준으로 희토류는 세계의 95%, 2019년 기준으로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의 조치에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당시 일본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불황탈출>은 일본에 이기려면 일본을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준다.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2019년 한국을 향한 일본의 공세는 2010년 일본을 향한 중국의 공세와 닮았다”며 “자신들이 당한 수법을 그대로 한국에 써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는 일본 기업들에 치명타였다. 위기를 마주한 일본 정부와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밖으론 미국과 동남아시아로 다른 조달처를 찾아나섰고, 안으로는 희토류 사용량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2007년부터 관련 분야에 투자해왔기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2012년엔 미국, 유럽연합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 규제를 제소해 2014년 WTO 협정 위반 판결을 받아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2009년 86%에서 2015년 55%까지 낮췄다. 반면 희토류 가격이 폭락하면서 중국 희토류업계는 2014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중국의 희토류업계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수출 심사 강화는 한국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일본 기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일본이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한국에 대한 적의뿐 아니라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18년 일본 경제는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살률과 범죄율도 거품 붕괴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덕분에 여러 잡음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전후 ‘최장기간 재임 총리’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까지 달게 됐다.
책은 이번 일을 계기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를 넓은 시각으로 분석한다. 경제지표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과 정부의 역할, 사회적 분위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핀다. 저자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20년 전 일본을 본다. 활력을 잃은 기업과 일자리가 없는 청년, 떨어지는 출생률과 올라가는 자살률. 일본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20년간 그곳에서 살며 일본의 불황기와 호황기를 모두 지켜본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일본이 어떻게 불황에서 벗어났는지를 화려하게 부활한 소니와 히타치 같은 일본 기업을 통해 들여다본다. 고용 문제와 중소기업 정책 등 한국 경제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일본의 다양한 정책도 소개한다.
9년 전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 일본 정부는 국제 사회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온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저자도 인정하듯 당시 일본과 달리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돌파구가 절실한 이 시점에 정쟁에 휘말려 있는 한국 현실도 더 냉정히 돌아보게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단절되는 한국의 문제를 지적하는 저자의 언급이 아프게 다가온다. “무역분쟁은 결국 자국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만, 정치가들은 때로 그것을 모를 만큼 어리석거나 알고도 눈을 감을 만큼 이기적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불황탈출>은 일본에 이기려면 일본을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준다.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2019년 한국을 향한 일본의 공세는 2010년 일본을 향한 중국의 공세와 닮았다”며 “자신들이 당한 수법을 그대로 한국에 써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는 일본 기업들에 치명타였다. 위기를 마주한 일본 정부와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밖으론 미국과 동남아시아로 다른 조달처를 찾아나섰고, 안으로는 희토류 사용량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2007년부터 관련 분야에 투자해왔기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2012년엔 미국, 유럽연합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 규제를 제소해 2014년 WTO 협정 위반 판결을 받아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2009년 86%에서 2015년 55%까지 낮췄다. 반면 희토류 가격이 폭락하면서 중국 희토류업계는 2014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중국의 희토류업계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수출 심사 강화는 한국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일본 기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일본이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한국에 대한 적의뿐 아니라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18년 일본 경제는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살률과 범죄율도 거품 붕괴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덕분에 여러 잡음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전후 ‘최장기간 재임 총리’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까지 달게 됐다.
책은 이번 일을 계기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를 넓은 시각으로 분석한다. 경제지표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과 정부의 역할, 사회적 분위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핀다. 저자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20년 전 일본을 본다. 활력을 잃은 기업과 일자리가 없는 청년, 떨어지는 출생률과 올라가는 자살률. 일본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20년간 그곳에서 살며 일본의 불황기와 호황기를 모두 지켜본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일본이 어떻게 불황에서 벗어났는지를 화려하게 부활한 소니와 히타치 같은 일본 기업을 통해 들여다본다. 고용 문제와 중소기업 정책 등 한국 경제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일본의 다양한 정책도 소개한다.
9년 전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 일본 정부는 국제 사회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온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저자도 인정하듯 당시 일본과 달리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돌파구가 절실한 이 시점에 정쟁에 휘말려 있는 한국 현실도 더 냉정히 돌아보게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단절되는 한국의 문제를 지적하는 저자의 언급이 아프게 다가온다. “무역분쟁은 결국 자국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만, 정치가들은 때로 그것을 모를 만큼 어리석거나 알고도 눈을 감을 만큼 이기적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