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 車는 늘어나는데 길은 안 막힌다고?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로 운전해가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활동은 크게 일, 오락, 휴식 세 가지다. 따라서 차량 내부는 컴퓨터, 전화기, 문서보관 장소 등을 갖춘 사무실을 연장한 공간이 될 것이다. 대형 스크린과 돌비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을 갖춘 영화관 또는 게임장이 될 수도 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침대와 소파가 들어선 공간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주요 도시에는 장시간 이동해온 탑승자가 샤워, 수면 등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조업체와 서비스 공급업체가 운영하는 허브 라운지가 생길 것이다.

<자율주행>은 자동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자율주행 시대에 닥칠 우리 삶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자율주행이 불러올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비롯해 산업지형도, 환경문제, 법적 조건 등이 어떻게 바뀔지 세심하게 점검해본다.

저자들에 따르면 자율주행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활용이 직선성에서 동시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차량이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동안 탑승자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수단으로 인해 제한됐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풀리면서 도로 위에는 새로운 질서와 문화가 등장한다.

저자들은 “자동차의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경제와 사회에 돌아오는 이득은 커진다”고 주장한다. 우선 교통사고가 확 줄어든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 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의 94%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다. 로봇은 인간보다 실수가 훨씬 적다. 지난 10년간 자동차 안전장치 덕분에 미국에서만 40만 명이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 위 차량 흐름도 개선된다. 자동차 간 속도와 경로가 조율되기 때문이다. 차량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 차를 이용하지 못했던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이 차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자동화에 따른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연비는 올라간다. 저자들은 “자동차 보험 시장도 급변할 수밖에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 부분이 완전히 달라져 기존 상품은 폐지되고 새롭고 다양한 패키지 상품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