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요람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가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규제 여부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업체에서 일하는 운전자를 노동자로 보고 최저임금 적용 등 노동 규제를 하는 법안 처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로 인한 승차공유 업체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다음달 법안 처리 결과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려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버 운전자는 사업자 vs 노동자

지난 27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 앞 도로. 유리창에 우버와 리프트 배지를 단 수십 대의 차량과 수백여 명의 운전자들이 도로 일부를 막고 집회를 열고 있었다. “월급으로 월세도 감당 못 한다” “우리에게 달러를 달라” 등 피켓을 든 시위자들 사이로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등장하자 집회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시위대 일부는 우버 본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우버 운전자처럼 모바일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 ‘AB5’의 캘리포니아 주의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10일 주의회 상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다음달 상원의 전체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버, 리프트와 같은 업체들은 최저임금, 유급 병가 등 운전자에 대한 노동법상 의무를 져야 한다. 현재는 이들 운전자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적용받지 않는 규제들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법안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시위대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내 의견은 갈리고 있다. 실질적으로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안이 통과되면 공유경제 근본이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혁신 기업, 규제로 좌초되나

우버는 창업 10여 년 만에 매출 113억달러(약 13조700억원), 시가총액 556억달러(약 67조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승차공유라는 혁신으로 소비자, 지역사회, 기업에 골고루 혜택을 줬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투리 시간을 쪼개 용돈 벌이를 하려는 운전자들도 톡톡히 혜택을 봤다.

하지만 회사 덩치가 커지고 우버에 생계비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운전자들이 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운전자 관리와 자동차 유지 비용 등 과거 없었던 비용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장거리 운행에 따른 자동차값 하락과 타이어 교체 등 자동차 유지 비용은 승차공유 서비스의 ‘화약고’로 불린다. 지금은 모두 운전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이런 비용을 빼면 운전자들의 실수입이 크게 줄어들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계형 운전자일수록 부담이 크다. 일부 운전자는 주 60시간 이상 일하기도 한다. 이들 운전자를 일반 노동자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배경이다.

결국 기업이 이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의 수익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AB5 법안이 적용되면 우버와 리프트의 연간 추가 손실이 각각 5억달러, 2억9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승차공유산업의 중장기 수익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B5 법안이 그대로 캘리포니아주 상원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운전자들과 소비자들은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리프트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자사 소속 운전자 27만5000명 중 89%의 주당 근로시간이 20시간 미만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운전자가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통해 가외 수입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업체들이 비용 인상 부담을 이용자들의 승차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법안에 반대하는 주요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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