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에서는 당초 법조계의 예상대로 강한 수준의 별도의견이 제기됐다. 일부 대법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적용한 말 3필에 대한 뇌물액 인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봤다. 또 전원합의체가 인정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3자뇌물죄 적용했어야”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박상옥 대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라는 다수 의견에 반대했다. 이 가운데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일반 뇌물수수죄가 아닌 제3자뇌물수수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공무원(박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최씨)가 뇌물을 받으면 뇌물을 비공무원에게서 귀속시키기로 미리 모의하거나 뇌물의 성질에 미추어 비공무원이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임이 명백해야 하고 이 경우에는 ‘제3자 뇌물수수죄’의 성립 여부만 문제가 된다는 취지다.

박 대법관은 뇌물수수죄 성립 자체가 안된다고 판단했다. 박 대법관은 “비공무원(최씨)이 뇌물을 모두 수수했을 때는 제3자 뇌물수수죄가 적용돼야 하고 이 경우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은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려면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 이익은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게 귀속되므로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박 대법관의 의견이다.

◆“말 3필은 뇌물 아냐”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삼성측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필이 뇌물이라는 다수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다수의견은 실질적인 처분권이 최씨에게 귀속됐으므로 뇌물이 인정된다고 했으나 처분권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단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로 설명에 나선 이 대법관은 “최씨가 삼성측으로부터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화를 낸 것은 삼성측이 최씨에게 소유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려고 한 행동에 대해 화를 낸 것인지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한을 요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사정들만으로 (첫번째 말인) 살시도의 소유권 또는 실질적 처분권을 이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2016년 9월 23일 언론에서 삼성의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보도한 다음 최씨가 삼성 측과 승마 지원 사실을 숨기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나머지 2필의 말에 대한 소유권을 2018년 이후에 이전하기로 추진한다고 합의한 점은 2015년경 최씨가 말의 처분권한을 갖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 3명의 대법관은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한 다수의견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 대법관은 “승계작업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그 존재 여부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정돼야 한다”며 “특별검사가 법원에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공소사실에 특정된 내용의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이 주장한 삼성의 현안중 일부는 그것이 성공할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는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의 합리화 등 같은 여러 효과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3명 대법관의 판단이다.

◆“강요죄의 협박 인정돼야”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대법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 강요죄의 협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 체결 요구, 포스코스룹에 대한 스포츠단 창단 요구, KT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 등 과정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강요의 협박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게 다수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민 대법관은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그 지위에 기초해 요구를 하면 요구의 내용, 요구 당시의 상황과 언행, 상대방이 요구에 응하게 된 경위와 당사자가 그 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요죄 협박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판단할 때 그 기준은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형성된 경험법칙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 그 자체로 상대방(기업)으로 하여금 위구심(두려워하는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