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 '노딜 브렉시트' 결심한듯"…"영국 정치적·헌법적 위기" 우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더 커졌다" EU, 英총리 의회 정회 비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두달여 앞두고 의회를 정회하기로 하자 EU에서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존슨 총리의 이번 결정은 10월 31일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내달 새 회기를 시작하는 영국 의회를 5주가량 정회하는 것이다.

이는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브렉시트 연기를 추진할 기회를 크게 줄이는 조치로 평가된다.

2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EU에서는 이를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존슨 총리가 야권과 일부 보수당 의원들이 계획한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 등 반대 움직임을 제압하고 본인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회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했던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의원은 존슨 총리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트위터에 "(브렉시트와 같은) 중차대한 결정에 대한 논의를 억압하는 것은 EU와 영국의 안정적인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나탈리 루아조 전 유럽연합 담당장관도 트위터에 '노딜 브렉시트', 특히 "토론 없는 브렉시트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는 영국의 민주주의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장클로드 피리스 전 EU 이사회 법률담당 국장은 가디언에 존슨 총리의 이번 조치를 보고 그가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심각한 정치적, 헌법적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그러나 EU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폐기와 합의안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EU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존슨 총리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으라면서 재협상은 안 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스톱'으로 불리는 이 안전장치는 EU 탈퇴 이후에도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로, 최근 물러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EU가 합의한 사안이다.

영국을 EU 관세 동맹에 잔류시키면 당장 브렉시트로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 보더'에 따른 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면 EU 탈퇴 효과가 반감된다면서 EU에 '백스톱' 규정 폐기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논의를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EU 관리들은 EU와 영국이 타협점을 찾거나 존슨 총리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