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규정 따라 대통령 직무 관련 뇌물 분리 선고해야
이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삼성 뇌물 등 혐의 1심서 유죄 판결
박근혜에 적용된 '뇌물 분리선고'…MB 형량도 늘어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됨에 따라, 이 판단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뇌물 분리선고' 원칙에 따라 검찰의 상고 기각을 확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 부분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선거권 박탈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제18조가 정한 원칙을 따른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뇌물이나 제삼자뇌물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에 대한 형을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

뇌물죄의 형량을 따로 정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그 밖의 혐의의 형량을 정해 별도로 선고해야 함에도 2심이 이를 모두 경합범으로 보고 징역 25년으로 뭉뚱그려 선고한 것은 잘못이므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러 혐의를 합쳐 형을 정할 경우 보통 형량이 감경된다는 점에 비춰,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이 앞선 2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이런 지적은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 받은 수십억원의 돈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의 선임과 김 전 의원의 공천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2007년부터 삼성 측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내 준 67억원에 대해서도 대통령 취임 후 건네진 돈에 대해서는 뇌물로 인정됐다.

만약 2심에서도 이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분리 선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일반적인 예상대로라면 1심이 선고한 징역 15년보다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1심은 300억원대 다스 비자금 횡령,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을 통한 국고손실 등 혐의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들어 삼성의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새로 발견된 51억원이 공소사실에 뇌물 액수로 추가된 상황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추가된 뇌물액을 포함해 대부분 혐의를 다투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변론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실제 형량이 늘어날지, 아니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