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맘에 들어 덜컥 귀촌…열에 아홉은 도시로 돌아간다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매물로 나온 전원주택을 둘러보는 것이다. 대부분 특별한 목적 없이 집 모양에 집중한다. 심지어 지역도 따지지 않는다. 그냥 집이 마음에 들면 혹해서 대출까지 받아 계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열에 아홉은 투자비를 날리고 대도시로 되돌아가게 된다. 전원생활 사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만 아니라 준비를 돕는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원생활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자연 속에서 무엇을 하며 즐길지 콘텐츠를 짜는 것이다.

충남 어촌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기 전, 강원 고성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66㎡(20평)짜리 아파트를 얻어 몇 년간 주말마다 열심히 다닌 적이 있었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데서 생겨났다. 여름에는 아이들과 바닷가에 가서 해수욕도 하고 밤낚시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겨울이 되니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 낚시는커녕 아파트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텔레비전만 보게 됐다. 아들에게 집에선 뛰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는 얘기까지 해야 하는 나 자신을 보며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1년도 안 돼 이 집과의 인연이 길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문영 씨가 충남 서천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정문영 씨가 충남 서천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 상당수는 ‘일단 가면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텃밭에서 각종 쌈 채소를 기르거나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며 보내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그 정도로 수십 년 동안의 전원생활을 즐겁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때 가수 이효리의 삶이 화제가 돼 제주도 귀촌 열풍이 불었다. 일단 제주도에 가면 이효리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동경해서 전원생활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진정 내가 도전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남들을 따라 하는 건 실패의 지름길이다.

진짜 내가 전원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원생활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콘텐츠 찾기’다. 콘텐츠는 전원생활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놀잇감을 말한다. 아이들이 있다면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아이들과 어떤 놀이를 할지 찾는 것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K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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