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사태가 중대 분기점에 섰다. 홍콩 정부가 31일로 예정된 송환법 반대 집회와 행진을 처음으로 불허한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무장경찰이 홍콩 인근 선전에서 폭동진압 훈련을 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홍콩 민주화운동의 상징’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사무총장, 홍콩 독립운동을 이끄는 야권 인사 앤디 챈 등을 전격 체포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개혁·개방을 이끈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홍콩에)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정부가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무력 개입을 시사했다. 지난 6월부터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은 시민 안전을 고려해 31일 시위를 전격 취소했지만 집회 추가 개최와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홍콩 사태가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모습이다. ‘촛불정권’을 자처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홍콩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대(對)홍콩 수출액은 460억달러(약 56조원)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다. ‘세계 3위 금융허브’인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 본토와의 직접 거래위험을 회피하는 방식도 일반화돼 있다.

자칫 30년 전 탱크와 장갑차로 민주화 시위를 진압한 톈안먼(天安門)사태가 재연된다면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불 보듯 명확하다.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액만 43조원에 달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엊그제 “원만하게 평화적으로 해결돼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늦었지만 적절한 조치였다. 무력 진압을 강력히 반대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조용한 관여로 파국을 피하는 데 기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