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가 열린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와 상인연합회 등이 일본 아베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반일(反日)시위에 나섰다. / 송도=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30일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가 열린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와 상인연합회 등이 일본 아베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반일(反日)시위에 나섰다. / 송도=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외교와 안보, 경제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중일 3국이 문화와 관광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한다. 한중일 3국은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1회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문화 분야는 향후 10년에 초점을 맞춘 일곱 가지 협력방안이 제시됐다. 관광 분야에서는 관광을 통한 동북아 평화와 포용적 성장 등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했다.

경제·외교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향후 관계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소통창구 유지를 위해 “문화와 관광 등 민간 부문의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국 내 반일(反日)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화·관광 교류가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중일 문화교류 확대 7대 방안 제시
30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시바야마 마사히코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 뤄수강 중국 문화여유부 부장은 문화 분야 교류·협력 확대 방안을 담은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29일과 30일 진행된 회의에서 한일 두 나라 장관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국 간 문화 교류·협력은 이어가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중일 3국이 채택한 ‘인천 선언문’에는 7가지 문화 교류·협력 방안이 담겼다. 한중일 3국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미래세대인 청소년 교류 확대 ▲동아시아 문화도시 협력 강화 ▲도쿄(2020년)와 베이징(2022년)올림픽 계기 공동 문화프로그램 추진 ▲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이해증진 ▲문화산업 교류를 통한 경제 활성화 ▲문화유산 보호 교류·협력 추진 ▲문화·관광 융합 콘텐츠 개발 등이다.

공동 합의문 서명에 이어 열린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포식에선 전남 순천과 일본 기타큐슈, 중국 양저우 등 3개 도시가 2020년 문화도시에 선정됐다. 허석 순천시장은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을 기념해 한중일 3국의 21개 문화도시로 구성된 도시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이 모이는 자리를 내년 순천에서 마련해 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동북아 평화 증진 위한 관광교류 확대
이날 오후 열린 한일 관광장관회의에서도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관광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문체부 측은 박 장관과 이시이 케이치 국토교통성 대신이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제반 과제를 타개하기 위해 상호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내 자발적인 일본여행 자제 분위기 확산으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 측이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교류·협력방안을 내놨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과 중국 뤄수강 문화여유부장(오른쪽), 일본 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성 대신이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에서 공동 합의문 채택 후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과 중국 뤄수강 문화여유부장(오른쪽), 일본 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성 대신이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에서 공동 합의문 채택 후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한중일 3국은 관광 분야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관광을 통한 동북아 평화 증진과 포용적 성장 실현현을 위한 세부 추진방안이 제시됐다. 먼저 한중일 3국은 역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동아시아로 오세요(Visit East Asia)’ 캠페인을 공동 추진한다. 도쿄와 베이징 올림픽과 연계한 공동 관광상품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방 항공노선 확대, 출입국 편의 제고, 크루즈선 취항 확대 등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력도 추진된다. 이외에 인재 양성과 관광벤처 육성, 스마트 관광환경 조성,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대응 등에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장관회의에선 관광 분야에서 문화 쪽보다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교류·협력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를 비롯해 최근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내린 한국여행 자제령에 대한 해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우 장관은 “회의를 통해 한중일은 세계 관광시장의 중심지 도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다”며 “급변하는 세계 관광시장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세 나라 장관이 관광교류 확대에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상인단체 ‘보이콧 재팬’ 반일(反日)시위
한중일 3국 정부가 문화와 관광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이날 송도컨벤시아에서는 인천 지역 시민단체와 상인연합회 주도로 반일(反日)집회가 열렸다.

한일 관광장관회의를 앞둔 오후 1시 30분부터 집회 참가자들은 ‘보이콧 재팬’ ‘방사능 올림픽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사지도 팔지도 가지도 않겠다” “경제보복 아베정부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선언문을 낭독한 집회 참가자들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 현장은 후지TV 등 일본 방송과 신문 등 매체에서도 직접 취재에 나섰다.

윤대영 인천도소매생활유통협동조합 이사는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한국을 향한 경제보복 조치를 포함해 강제징용,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일본산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으로 불매운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도=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