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조국 딸 의혹 터지자 "그는 무슨 힘 있어서" 진술서 통해 분통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에서 파기환송된 최순실(63·본명 최서원)씨가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필 의견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지난 26일 ‘선고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29일 알려진 것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는 진술서에서 “(조 후보자 의혹 관련) 팩트가 다 나오는데도 아니라며 큰소리 친다”며 “대체 무슨 힘이 있어 그러느냐”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를 거론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자신의 딸인 정유라 씨에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의 딸 정유라씨를 비판한 여당 국회의원을 지목하며 “조 후부자에게 할말이 없느냐”라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조 후보자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은유적 표현을 한 의견서”라며 “읽어보면 조 후보자에 관련한 이야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변호사는 최씨가 “내 딸(정유라)은 메달이라도 따려고 노력했지만, 조국 딸은 거저먹으려 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진술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받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싸잡아 뇌물이라고 한다”며 “완전한 인권침해다. 수용자들이 받는 모멸감과 을의 처지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후보자의 자식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자식의 실력과 노력이 폄훼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씨는 "분명히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을 텐데. 그간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이루며 살아왔음에도, 사람들은 그의 노력을 말하지 않고, 그의 부모만 말하고 있다"며서 "(조 후보자 딸은) 그동안의 자기 인생이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이어 "심지어 누명도 쓰는데, 그 중 몇 가지는 인터넷에 영원히 남아 그의 이름으로 검색될 것이다"라며 "앞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은, 한참을 달려야 자랑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아직 졸업도 못한 젊은이에게는 오랫동안 버거운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씨에 대한 뇌물죄 및 직권남용죄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 등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며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 결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