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과 같은 당 여성 상임위원인 애그니스 차우가 30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전날엔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 의장이 괴한에게 습격당했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다 지난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도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 지도부에 대한 대규모 체포에 나서자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열 예정이던 시위를 전격 취소했다.

데모시스토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웡 비서장이 오전 7시30분께 체포됐다”며 “그는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웡 비서장이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로 끌려갔으며 세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웡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행정 수반)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인 이른바 ‘우산혁명’을 이끌었다.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그는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시위를 주도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6년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했고 2017년엔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지명됐다.

데모시스토당 창당 멤버이자 우산혁명의 또 다른 주역인 차우 상임위원도 이날 체포돼 구금됐다. 전날 밤엔 유명 민주화 운동가이자 홍콩 독립을 추구하는 홍콩민족당 창립자 앤디 찬이 홍콩국제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학생 지도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왕단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중국 당국의 대규모 체포 작전이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지난 29일에는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의장과 그의 비서인 라우콕와이가 조르단로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마스크를 쓴 괴한 2명에게 야구방망이로 습격을 받았다.시위대 지도부를 향한 당국의 거센 압박에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오후 3시 도심인 차터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대규모 집회와 가두 행진을 취소했다.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의장은 “당국의 불허로 시위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며 “허가를 받을 때까지 집회 신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로 인한 충돌과 부상자 발생이 우려된다며 31일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