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선명한 입장차 계속…북미 실무협상 개최 여전히 안갯속
北최선희 고강도 대미경고 vs 美 제재고삐…양보없는 기싸움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무력시위가 맞섰던 8월이 끝자락에 도달했음에도 한반도 정세의 변화 기미는 보이지 않고, 북미 기싸움의 수위는 높아지는 양상이다.

30일과 31일 북미 양측에서 나온 상대에 대한 발언과 조치는 양측이 양보 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31일 대미협상 실무 총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밝혔다.

액면상 담화는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27일 발언을 겨냥했다.

하지만 대미협상의 핵심 인물인 최 부상의 위상으로 미뤄 폼페이오 장관 발언 자체의 부적절성에 대한 불만 표출일 뿐 아니라 미국을 향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올 것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간상 최 제1부상 담화에 한나절 앞서 나온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는 미국이 북한의 기대대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재무부가 북미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법 집행 차원에서 내린 조치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은 기존 대북 고강도 제재의 고삐를 풀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무회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북한은 아무런 '기약'(만족할 만한 협상결과에 대한 낙관적 전망)없이 북미 실무협상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인데, 미국은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것으로, 양측 입장 사이에 기본적 차이가 있다"며 "막다른 골목에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미국을 향해 '실무접촉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하라'고 하는 메시지일 것"이라며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 지렛대는 제재라고 보고 있다.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6월 30일 북미정상의 전격적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양측이 실무협상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협상 재개와 재개시 성과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대(對) '핵심 제재 해제' 교환 요구에 미국이 '영변 플러스 알파'와 비핵화 개념 정립 및 로드맵 작성 요구로 응수하면서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지 반년이 흘렀지만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8월 한미훈련과 북한 최고인민회의(8월 29일)가 끝나고 나면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가시적 움직임이 있으리란 기대가 존재했지만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 구도가 재확인된 것이다.

이번 최선희 제1부상 담화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조미(북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한 만큼 북미협상의 즉각적인 재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9월 유엔 총회가 북미대화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불참설이 나오면서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협상의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까지 앞으로 3∼4개월 사이에 한반도 정세는 진퇴의 중대 갈림길에 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미 실무협상이 조기에 개최되고, 연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남북미가 만족할만한 합의 결실을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계속 미뤄지거나 개최가 되더라도 성과없이 끝날 경우 내년부터 북미대치 국면으로 회귀할 수 있으며, 내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북미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키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때 처럼 실무선에서의 합의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담판'에 맡기는 방향으로 국면이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선희 제1부상 담화에서 보듯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 친서를 보내 가며 신뢰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데는 결국 정상 간 담판에 대한 기대가 내포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한반도 정세의 극적 전환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북미 대치 국면으로의 퇴행에 대한 우려, 시간에 쫓겨 북한의 핵보유 기정사실화에 힘을 싣는 애매한 합의가 나와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형국이다.

향후 북미협상 전망에 대해 김준형 원장은 "양측 다 판을 깨지는 않고 있으니 당분간 이런 식으로 긴장이 고조되다가도 결국에는 대화를 할 것"이라면서도 "워낙 입장차이가 큰데 그렇다고 파국으로 가는 것은 아니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北최선희 고강도 대미경고 vs 美 제재고삐…양보없는 기싸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