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정국'에 일정조차 못 잡아…초반부터 가시밭길
513조 예산·패스트트랙 처리…곳곳서 여야 충돌 전망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내일 막 오른다…슈퍼예산·선거법 '난제'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2일부터 10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이번 정기국회는 513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심사하고 '법안 처리율 최저 수준 국회'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 민생입법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평가하기 위한 국정감사도 실시된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는 아직 정기국회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해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조국 청문' 블랙홀 정국…정기국회 일정은 관심 밖
올해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1일 현재 여야는 국회법상 정기국회 시작 전 완료해야 하는 2018 회계연도 결산 심사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고, 정기국회 일정 역시 잡지 못했다.

국회 사무처는 오는 3∼5일 혹은 4∼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17∼20일 대정부질문, 3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 가안을 마련해 여야에 전달했으나 이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야 모두 청문정국에 골몰하고 있어 정기국회 일정은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장관급 후보자 청문회가 모두 끝나야 일정 논의가 겨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기약 없는 정기국회 초반이 될 전망이다.

9월 둘째 주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지역구를 챙기는 추석 연휴가 있어 일정 잡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과 정기국회 일정과 관련해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추석 이후 9월 셋째 주 교섭단체 대표연설, 넷째 주 대정부질문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 정도만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개별적으로는 모르겠으나 원내대표단과의 공개적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조국 이슈와는 별도로 정기국회 논의를 해야 한다"며 "거대 양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략에만 골몰한다면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513조 '슈퍼예산' 두고 여야 격돌 전망
올해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는 정부가 오는 3일 제출하는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될 전망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예산'을 두고 여야는 진작부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비롯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재정을 충분히 풀어 대응하기 위해 이번 예산안을 반드시 '원안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예산안 관련 논평에서 "정부의 2020년도 예산안이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로 확정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내년도 예산안의 원안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정부와 민간의 관련 예산 요구가 있으면 검토해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 반영하겠다는 여지도 열어뒀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나란히 대폭 삭감을 예고해 올 연말 역시 예산안 심사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슈퍼예산이라 불린 올해 예산 규모를 가볍게 넘어서는 울트라 슈퍼예산으로 심각한 재정중독의 결과"라며 "특히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있어 선심성 예산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내일 막 오른다…슈퍼예산·선거법 '난제'
◇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운명 갈릴 듯
지난 4월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다시 불러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운명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다시 극심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이 높아 보인다.

현재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상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여야 4당 합의 선거제 개혁안은 지난달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돼 패스트트랙 첫 관문을 넘어섰다.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 180일을 121일로 단축한 선거제 개혁안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90일과 본회의 부의, 상정을 거쳐 표결에 부쳐진다.

국회법상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법안 부의 후 바로 상정하면 이 기간은 전부 줄일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오는 11월 27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 때와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내부 사정이 달라진 데다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어 본회의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빈손 종료'돼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를 위한 사법개혁 법안은 법사위와 행정안전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사개특위는 지난 6월 말 활동기한을 2개월 연장했지만, 이후 제대로 된 법안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못한 채 전날인 8월 31일부로 문을 닫았다.

민주당은 애초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 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렸으니 최종적으로도 야당과 합의해 이들 법안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갈등이 더 첨예한 선거법부터 특위 처리를 한 것은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을 한꺼번에 협상해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정개특위에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국회사에서 오욕의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법안을 한 데 묶어 본회의 통과까지 가능하다는 여당의 생각은 상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해 합의 난항이 예상된다.

◇ 민생입법 주목…'일하는 국회' 모습 보일까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의안은 1일 기준 2만2천479건으로, 이 중 처리된 의안은 6천867건뿐이다.

처리율이 30.5%에 그친다.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민생입법이 절실한 이유다.

민주당은 원내 차원 민생입법추진단을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서 한일경제전 예산·입법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이미 정기국회 입법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일본 경제보복 대응을 위해 소재·부품 특별법에 '장비'를 추가해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개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기업 건의가 많은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의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여기에 경제활력 제고, 신산업·신기술 지원, 민생지원, 청년지원, SOC(사회간접자본)·안전 도모 등 5가지 분야 핵심 과제의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유턴기업 지원법, 상생형 일자리법(국가균형발전법), 금융투자활성화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빅데이터3법, 벤처투자촉진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유통산업발전법, 청년기본법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국민부담 경감 3법, 소득주도성장폐기 3법, 기업경영활성화법, 노동유연성 강화법, 국가재정건전화법, 건강보험기금정상화법, 생명안전뉴딜법 등 7대 법안을 정기국회 중점 추진 법안으로 지정해 둔 상태다.

아울러 산업현장에서 성토하고 있는 각종 규제법안의 혁파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기득권층의 특권교육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많다"며 "특히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경제살리기 법안' 통과에 당력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바른미래당 원내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접고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면 야당이지만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