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거북이 걸음'으로…'메이저 퀸' 우뚝 선 박채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화클래식 마지막 날
6타 차 뒤집고 우승
427일 만에 KLPGA 정상
6타 차 뒤집고 우승
427일 만에 KLPGA 정상
“욕심을 버렸어요. 즐기자고만 생각했는데….”
박채윤(25)은 ‘우보천리(牛步千里)’란 말을 좋아한다. 성격이 느긋하면서도 꼼꼼하다. 천천히 걸어도 끝까지 목표를 이뤄낸다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다. 급히 가지 않고 다져가는 꾸준함이 장기다. 이번 시즌 상반기만 봐도 그렇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단 한 차례 우승이 없었다. 그럼에도 상반기 내내 줄곧 대상 포인트 1~2위를 달렸다. 시즌 초부터 5월까지 1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아홉 차례 들어간 덕분이다. 최혜진(20)과 조정민(25), 이다연(22) 등 다승자들이 배출되면서 주요 부문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지만 눈치 보지 않았다. “그 사이 멘탈과 스윙을 다졌다.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가면 되는 일”이라고 그는 늘 말했다. 우직한 길 천천히 걷는 ‘착한 거북이’
박채윤이 해냈다. 우승 상금 3억5000만원, 대상 포인트 70점이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6타 차를 뛰어넘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1일 막을 내린 하반기 첫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이 그 무대다. 그는 이날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파72·6737야드)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적어내며 2위 그룹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메이저 퀸’으로 거듭났다. 105개 경기 만에 지난해 맥콜용평리조트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한 이래 다시 32개 대회(427일) 만에 KLPGA투어 정상에 섰다. 개인 통산 2승이자 이번 시즌 첫 우승이다. 지난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아쉬움도 씻게 됐다. 박채윤은 “16번홀 버디 할 때까지만 해도 1위는 7언더 정도일 거라고 혼자 생각할 만큼 우승은 꿈꾸지 않았다. 내 순위를 전혀 모르고 친 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박채윤은 대상 포인트 374점으로 1위에 올라섰다. 상금 순위는 13위(약 2억9836만원)에서 2위(6억4836만원)로 11계단 뛰어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 1위를 달리던 ‘톱10 피니시율’(57.8947%)은 한층 굳건히 했다.
승부 가른 20㎝ ‘귀신 러프’
발목까지 잠기는 ‘지옥러프’가 승부를 갈랐다. 러프 길이가 20㎝에 육박해 페어웨이를 지키지 않으면 버디를 잡기는커녕 타수를 지키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첫날 21명, 둘째날 18명, 셋째날 13명에 이어 최종 라운드를 마치고는 1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2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넬리 코르다(미국)도 ‘희생자’ 중 한 명. 그는 이날만 4타를 잃어 우승과 멀어졌다. 티샷이 덤불로 들어간 6번홀(파4)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영향으로 더블보기를 범한 게 컸다. 15번홀(파3)에서 깃대를 맞힐 정도로 정교한 티샷을 한 그는 버디 1개를 잡아내 재역전의 발판을 놓는 듯했다. 하지만 17번홀(파4) 티샷이 우측 러프로 들어가면서 세컨드 샷이 그린을 놓쳤고, 결국 보기를 내주면서 먼저 선두로 경기를 끝낸 박채윤과의 연장 가능성이 사실상 날아갔다.
코르다는 최종합계 4언더파를 적어내며 이정민(27), 김소이(25)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정민은 지난해 9월 이데일리 대회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부활의 발판을 다시 한 번 다졌다. 최혜진(20)은 이날 두 타를 줄이며 뒷심을 발휘했지만 3언더파 단독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효주(25)는 이날만 4타를 잃어 1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루키 돌풍’을 기대하게 했던 이가영(20)은 3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6위로 뒷걸음질 쳤다.
한화클래식은 1990년 6월 열린 서울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전신이다. KLPGA투어 최초의 국제 대회다. 오늘날 한국 여자 골프가 ‘글로벌 최강’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 기여도와 역사를 인정받아 2017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스폰서는 (주)한화에서 태양광셀 세계 1위 기업 한화큐셀로 올해 바뀌었다. 11명의 선수를 후원하는 한화큐셀은 올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투어에서 5승을 합작했다.
춘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박채윤(25)은 ‘우보천리(牛步千里)’란 말을 좋아한다. 성격이 느긋하면서도 꼼꼼하다. 천천히 걸어도 끝까지 목표를 이뤄낸다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다. 급히 가지 않고 다져가는 꾸준함이 장기다. 이번 시즌 상반기만 봐도 그렇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단 한 차례 우승이 없었다. 그럼에도 상반기 내내 줄곧 대상 포인트 1~2위를 달렸다. 시즌 초부터 5월까지 1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아홉 차례 들어간 덕분이다. 최혜진(20)과 조정민(25), 이다연(22) 등 다승자들이 배출되면서 주요 부문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지만 눈치 보지 않았다. “그 사이 멘탈과 스윙을 다졌다.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가면 되는 일”이라고 그는 늘 말했다. 우직한 길 천천히 걷는 ‘착한 거북이’
박채윤이 해냈다. 우승 상금 3억5000만원, 대상 포인트 70점이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6타 차를 뛰어넘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1일 막을 내린 하반기 첫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이 그 무대다. 그는 이날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파72·6737야드)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적어내며 2위 그룹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메이저 퀸’으로 거듭났다. 105개 경기 만에 지난해 맥콜용평리조트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한 이래 다시 32개 대회(427일) 만에 KLPGA투어 정상에 섰다. 개인 통산 2승이자 이번 시즌 첫 우승이다. 지난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아쉬움도 씻게 됐다. 박채윤은 “16번홀 버디 할 때까지만 해도 1위는 7언더 정도일 거라고 혼자 생각할 만큼 우승은 꿈꾸지 않았다. 내 순위를 전혀 모르고 친 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박채윤은 대상 포인트 374점으로 1위에 올라섰다. 상금 순위는 13위(약 2억9836만원)에서 2위(6억4836만원)로 11계단 뛰어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 1위를 달리던 ‘톱10 피니시율’(57.8947%)은 한층 굳건히 했다.
승부 가른 20㎝ ‘귀신 러프’
발목까지 잠기는 ‘지옥러프’가 승부를 갈랐다. 러프 길이가 20㎝에 육박해 페어웨이를 지키지 않으면 버디를 잡기는커녕 타수를 지키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첫날 21명, 둘째날 18명, 셋째날 13명에 이어 최종 라운드를 마치고는 1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2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넬리 코르다(미국)도 ‘희생자’ 중 한 명. 그는 이날만 4타를 잃어 우승과 멀어졌다. 티샷이 덤불로 들어간 6번홀(파4)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영향으로 더블보기를 범한 게 컸다. 15번홀(파3)에서 깃대를 맞힐 정도로 정교한 티샷을 한 그는 버디 1개를 잡아내 재역전의 발판을 놓는 듯했다. 하지만 17번홀(파4) 티샷이 우측 러프로 들어가면서 세컨드 샷이 그린을 놓쳤고, 결국 보기를 내주면서 먼저 선두로 경기를 끝낸 박채윤과의 연장 가능성이 사실상 날아갔다.
코르다는 최종합계 4언더파를 적어내며 이정민(27), 김소이(25)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정민은 지난해 9월 이데일리 대회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부활의 발판을 다시 한 번 다졌다. 최혜진(20)은 이날 두 타를 줄이며 뒷심을 발휘했지만 3언더파 단독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효주(25)는 이날만 4타를 잃어 1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루키 돌풍’을 기대하게 했던 이가영(20)은 3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6위로 뒷걸음질 쳤다.
한화클래식은 1990년 6월 열린 서울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전신이다. KLPGA투어 최초의 국제 대회다. 오늘날 한국 여자 골프가 ‘글로벌 최강’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 기여도와 역사를 인정받아 2017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스폰서는 (주)한화에서 태양광셀 세계 1위 기업 한화큐셀로 올해 바뀌었다. 11명의 선수를 후원하는 한화큐셀은 올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투어에서 5승을 합작했다.
춘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