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못지않은 佛 미식 선사…한국 셰프들과 소통한 덕분"
“지난 11년간 한국 매장을 운영하며 초창기부터 일했던 셰프 팀을 바꾸지 않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셰프로 꼽히는 피에르 가니에르(69·사진)는 지난달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가니에르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은 파리 세 곳을 포함해 세계에 16곳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서울, 홍콩, 베트남 다낭, 도쿄 등 네 곳을 운영 중이다. 그는 1년에 두 번 정도 한국을 찾는다. 롯데호텔 35층에 있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주방을 점검하고 레시피를 공유한다. 가니에르의 파리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서울은 2스타를 받았다.

그에게 세계에 있는 레스토랑을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비결을 물었다. 가니에르는 지속성, 소통, 절제, 현지화 등을 꼽았다. 초창기 멤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수제자로 알려진 프레데릭 에리에 총괄셰프에게 롯데호텔 레스토랑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소통을 위해 가니에르는 레스토랑에 상주하는 에리에 셰프와 1주일에 한 번 이상 화상통화를 하며 레시피를 상의한다. 가니에르는 “내 생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파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가니에르의 요리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절제. 가니에르는 “셰프가 새롭게 소통하고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롯데호텔 외에 한국에 2호점을 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새로운 레스토랑을 내면 제대로 된 품질을 유지할 수 없어 이름값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레스토랑의 모든 요리에는 한국산 식재료를 90% 사용한다. 그는 “한국의 김치와 인삼, 무화과는 파리 레스토랑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프랑스산을 고집하는 식재료도 있다. 크림, 와인, 트뤼프, 푸아그라, 밀가루 등이다. 밀가루는 프랑스 빵을 굽는 데 중요한 재료다.

프랑스 요리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가니에르 레스토랑은 작년부터 7만5000원짜리 점심 코스메뉴를 추가했다. 점심이 12만원, 저녁이 24만~34만원 정도다. 그는 “프랑스 미식 세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고 싶었고 이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