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 올림픽이 가까워지며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한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며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도쿄 올림픽에 불참해야 한다는 여론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 23일부터 지난 5년간 방사능이 미량 검출돼 반송된 이력이 있는 수입식품은 수거량을 2배로 늘리고, 시험검사 횟수도 2배로 늘려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자영업단체.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자영업단체. 사진=연합뉴스
일본산 식품,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까요. 확인 결과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수치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수입하는 식품의 방사능 수치가 더 높았죠. 수입 식품 방사능 검출 위험이 일본산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슘 검출량만 놓고 방사능 위험성을 평가하기엔 이릅니다. 2015~2016년에 일본 식품에서 보이지 않았던 세슘 수치가 2017년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입 식품 방사능 위험에 대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뉴스래빗이 파헤칩니다. 일본산 수입 식품 통제는 과연 나아지고 있는지도 지금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식품의 방사능 수치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매일 공개합니다. 식약처가 공개한 2014년 3월 31일부터 2019년 8월 21일까지 파일을 수집했습니다. 총 4589개의 PDF 파일입니다. PDF 파일에서 테이블 형식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디지털화하여 분석했습니다.

식약처는 식품의 출처에 따라 일본 또는 기타국가로 분류하고 식품의 종류에 따라 일반식품, 수산물, 축산물로 구분하여 파일에 따로 기록합니다. 식약처의 구분에 따라 데이터를 일본과 기타국가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방사능이 거의 검출되지 않은 축·수산물을 제외하고 일반식품만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요오드 또한 대부분의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슘 검출량을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보고서. 사진=식약처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보고서. 사진=식약처
파일에서 정보를 추출했기 때문에 파일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 이를 제외하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식약처에서 직접 제공하는 통계 자료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위와 같이 제조·생산지 항목에 날짜가 잘못 입력되어 있는 경우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방사능 검출량 1위는 '러시아'

식약처가 검사한 식품 수입국 중 세슘이 가장 많이 검출된 국가는 러시아입니다. 전체 기간 중 kg당 4700베크렐(Bq)이 검출됐죠. 베크렐은 1초에 방사성 붕괴가 1번 일어나는 방사능 활동을 나타내는 국제 표준 단위입니다.

뉴스래빗이 분석한 5년 5개월 기간동안 러시아산 수입 식품 검사는 111번 이뤄졌습니다. 그 양이 총 147톤에 이르죠. 이 111건의 검사에서 110회, 사실상 거의 모든 검사에서 세슘이 나온 셈입니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러시아만큼 검사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스웨덴, 키르기스스탄, 폴란드,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에스토니아의 경우 모든 검사에서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검출 비율 100%, 수입 식품 검사만 하면 세슘이 나오는 나라들입니다.


일본 외 국가는 방사능 미량 검출 허용
세슘 검출 493건 중 '수입 부적합' 5건 불과

세슘이 검출됐다고 무조건 수입이 금지되는 건 아닙니다.

한국은 kg당 세슘 100베크렐(Bq), kg당 요오드 300베크렐(Bq)을 기준으로 정하여 이 이상 검출될 경우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모든 식품에 kg당 세슘 370베크렐(Bq)을 적용했지만 2013년 9월 9일부터 kg당 100베크렐(Bq)로 강화됐습니다.

일본 외 국가의 수입 식품에서는 세슘이 조금은 검출되더라도 수입이 허용된다는 뜻입니다. 조사 기간동안 세슘이 검출된 검사는 493건인데요. 이 493건 중 '수입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5건에 불과합니다. 각각 kg당 세슘 798·265·219·120·114베크렐(Bq)이 검출됐죠.

나머지 488건에서는 세슘이 검출됐음에도 kg당 100베크렐(Bq) 미만이었기 때문에 수입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식품에 포함된 미량의 세슘만으로도 내부 피폭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준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 식품에 까다로운 절차
WTO "후쿠시마 특수성 고려해야"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해서는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아무리 조금이라도 세슘이 검출되기만 하면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일본에 요구하죠. 정부가 취해온 조치를 살펴볼까요.
2011년 3월 14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우리 정부는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규제조치 실시: 수입시 방사능 검사, 일부 품목 수입 금지

2013년 9월 9일, 도쿄전력 원전 오염수 유출 발표(13. 8. 8) 후 우리 정부는 임시특별조치 시행: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 미량 검출 시 추가 17개 핵종 검사증명서 요구, 국내외 식품에 대한 세슘 기준 강화

이에 대해 일본은 '한국이 일본에 대해 자의적인 차별을 한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입니다. 일본 식품의 세슘 검출량이 타국 대비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게 일본의 주장입니다.
이승용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이 수입식품 안전검사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식약처는 2019년 8월 23일부터 방사능이 미량 검출돼 반송된 이력이 있는 수입식품에 대해서 안전 검사 건수를 2배로 늘리는 등 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용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이 수입식품 안전검사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식약처는 2019년 8월 23일부터 방사능이 미량 검출돼 반송된 이력이 있는 수입식품에 대해서 안전 검사 건수를 2배로 늘리는 등 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WTO는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WTO는 2019년 4월 26일 최종심에서 '일본과 제3국의 상황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식품의 방사능검사 수치만을 고려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판정했습니다. 즉, 일본 식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무역기구조차 한국 정부의 수입 규제 조치가 일본산 수입 식품에 잠재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임을 인정한 셈입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23개 국가·지역이 일본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