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기름값 올릴 때는 번개같은 주유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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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514.28원으로 기록됐습니다. 어제보다 5.12원 올랐습니다. 그동안 한시 낮췄던 유류세를 환원(7% 인상)한 데 따라 소비자 가격이 뛴 겁니다. 환원 조치 시행일인 지난 1일엔 전날보다 12.48원 인상됐지요.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시민들은 지난 주말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친 채 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름값 인상 속도가 이상할 정도로 빨랐습니다. 주유소들이 휘발유 경유 등을 도매가로 넘겨 받은 시점이 유류세 환원 조치가 시행되기 훨씬 전일 텐데도, 인상 시점이 너무 빨랐고 폭도 가팔랐지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값은 지난달 하순부터 이미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은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기름값이 오히려 하향 조정되던 시기였지요.
오피넷을 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8월22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랐습니다. 22일은 <휘발유값 내달부터 58원 오른다>는 한국경제신문 단독 기사가 보도됐던 날입니다. 각 주유소들이 유류세 환원에 따른 기름값 인상분을 선반영했을 것이란 의심이 가능합니다.
이는 작년 11월 6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을 때와 정반대 상황입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됐을 때만 해도 주유소들은 “정부 정책이 실제 유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며 즉각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지요.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주고 휘발유 등을 도매로 들여놨는데, 이걸 다 소진해야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재고를 이유로 기름값을 늦게 내리는 것이라면, 기름값 인상 시점에는 싸게 사들였던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지켜보겠다”며 반발하기도 했지요.
참고로 기름값에 붙는 세금은 무척 많습니다. 대략 절반 이상이 세금이지요. 우선 석유를 수입할 때 관세가 수입가격의 3% 정도입니다. 별도로 석유수입 부과금(리터당 16원)이 붙구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리터당 529원, 교육세 79.35원(교통세의 15%), 주행세 137.54원(교통세의 26%) 등입니다. 유류세만 합해서 745.89원이나 되지요. 여기에다 실제 판매할 땐 판매부과금(리터당 36원)과 부가세 10%가 가산됩니다.
정부가 약 10개월간 한시 인하했다 환원시킨 세금은 유류세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포석이었지요.
다만 정부 역시 타이밍을 잘못 잡았던 오류가 있는 듯합니다. 유류세를 인하했던 작년 11월6일은 국제유가가 이미 정점(서부텍사스유 기준 배럴당 76.41원, 10월3일)을 지나 하락세를 타던 때였습니다. WTI 가격은 오히려 같은해 12월24일 배럴당 42.53원까지 떨어졌지요. 국제유가가 이후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50~6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기 침체는 더욱 가중됐습니다. 그나마 버텨주던 소비는 ‘위험’ 수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액은 올해 6~7월 두 달 연속 떨어졌습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악화하고 있지요. 경기 악화에 따라 소비 지표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는 시점에, 유류세를 인상하면서 소비 침체를 가속화하게 된 셈입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타이밍에다 주유소들의 ‘잇속 챙기기’까지… 소비자들만 이래저래 불만이 생기게 됐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시민들은 지난 주말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친 채 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름값 인상 속도가 이상할 정도로 빨랐습니다. 주유소들이 휘발유 경유 등을 도매가로 넘겨 받은 시점이 유류세 환원 조치가 시행되기 훨씬 전일 텐데도, 인상 시점이 너무 빨랐고 폭도 가팔랐지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값은 지난달 하순부터 이미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은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기름값이 오히려 하향 조정되던 시기였지요.
오피넷을 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8월22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랐습니다. 22일은 <휘발유값 내달부터 58원 오른다>는 한국경제신문 단독 기사가 보도됐던 날입니다. 각 주유소들이 유류세 환원에 따른 기름값 인상분을 선반영했을 것이란 의심이 가능합니다.
이는 작년 11월 6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을 때와 정반대 상황입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됐을 때만 해도 주유소들은 “정부 정책이 실제 유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며 즉각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지요.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주고 휘발유 등을 도매로 들여놨는데, 이걸 다 소진해야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재고를 이유로 기름값을 늦게 내리는 것이라면, 기름값 인상 시점에는 싸게 사들였던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지켜보겠다”며 반발하기도 했지요.
참고로 기름값에 붙는 세금은 무척 많습니다. 대략 절반 이상이 세금이지요. 우선 석유를 수입할 때 관세가 수입가격의 3% 정도입니다. 별도로 석유수입 부과금(리터당 16원)이 붙구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 리터당 529원, 교육세 79.35원(교통세의 15%), 주행세 137.54원(교통세의 26%) 등입니다. 유류세만 합해서 745.89원이나 되지요. 여기에다 실제 판매할 땐 판매부과금(리터당 36원)과 부가세 10%가 가산됩니다.
정부가 약 10개월간 한시 인하했다 환원시킨 세금은 유류세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포석이었지요.
다만 정부 역시 타이밍을 잘못 잡았던 오류가 있는 듯합니다. 유류세를 인하했던 작년 11월6일은 국제유가가 이미 정점(서부텍사스유 기준 배럴당 76.41원, 10월3일)을 지나 하락세를 타던 때였습니다. WTI 가격은 오히려 같은해 12월24일 배럴당 42.53원까지 떨어졌지요. 국제유가가 이후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50~6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기 침체는 더욱 가중됐습니다. 그나마 버텨주던 소비는 ‘위험’ 수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액은 올해 6~7월 두 달 연속 떨어졌습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악화하고 있지요. 경기 악화에 따라 소비 지표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는 시점에, 유류세를 인상하면서 소비 침체를 가속화하게 된 셈입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타이밍에다 주유소들의 ‘잇속 챙기기’까지… 소비자들만 이래저래 불만이 생기게 됐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