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10월 바로 작동 아니다"에 국토부 "집값 불안하면 당연히 적용"
상한제 지역·시점 정하는 주정심 앞서 관계부처 회의·당정 협의


"결국 분양가 상한제 발동을 결정하는 것은 어느 한 부처의 의견이 아니라 집값이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불안하다면 당연히 정부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실제로 상한제를 적용하는 쪽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다"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끊임없이 불거지는 기획재정부-국토부 간 '이견', '엇박자'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논란은 지난달 12일 국토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쉽게 적용하도록 10월까지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발표한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상황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부풀려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간 정부 내 '알력' 양상으로 보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한다, 안한다' 말많은 분양가 상한제…"결국 집값이 관건"
홍 부총리는 1일에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개정 시행령이 발효되는) 10월 초에 (분양가 상한제가) 바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동향 등을 점검해 관계 부처 협의로 결정할 것"이라고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시행 시기와 지역은) 개선안 발표 전에 세 차례 했던 것처럼 제가 주재하는 관계 장관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런 홍 부총리의 상한제 언급에 "원론적인 말씀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예정대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10월 초에 마무리되면, 2015년 이후 4년 만에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도 정부가 직접 '상한제'를 통해 실제로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정 시행령상 잠재적 적용 가능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서울시 25개 구 모두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 해당한다.

하지만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해서, 이들 지역의 민간택지 아파트에 당장 자동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어느 지역에, 언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지 결정하는 공식 기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이다.

주정심은 주거기본법 제8조에 규정된 기구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지정·해제뿐 아니라 주거종합계획의 수립, 택지개발지구 지정·변경 또는 해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지정·해제를 비롯해 주요 주거 정책을 심의한다.
'한다, 안한다' 말많은 분양가 상한제…"결국 집값이 관건"
현재 주정심은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국토부 장관, 기획재정부 1차관을 포함한 8개 부처 차관과 안건 해당 시·도지사 등 당연직이 14명에 이르고, 나머지 11명은 연구원·교수 등 위촉직 민간 인사들이다.

국토부 장관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주정심을 열 수 있고, 과반 참석, 재적 위원 과반 찬성이면 의결이 이뤄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토부 장관이 독단으로 주정심을 개최, 갑자기 특정 지역에 대한 상한제 적용을 안건으로 상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정심에 앞서 기재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 당정 협의 등을 거쳐 정부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한 뒤에나 주정심이 열리게 된다.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방침을 국토부가 발표하기 전 홍 부총리 등이 참석한 세 차례 관계 부처 회의, 당정 협의 등을 거친 것과 마찬가지 과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 지역과 시기를 결정할 때도 당연히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정부 입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