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이대원·이왈종·윤병락…인기화가 아크릴 판화 '상차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갤러리, 19일까지
추석 맞이 프린트베이커리 특별전
추석 맞이 프린트베이커리 특별전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2012년 선보인 ‘프린트베이커리’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아크릴과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넣고 압축해 코팅하는 방식으로 찍어낸 판화다. 액자 프레임이 없어 모던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다. 참여 작가들이 고유번호(에디션)를 붙이고 사인도 했다. 지난 7년 동안 국내외 화가 100여 명의 작품 600여 종이 출시됐다. ‘사과 작가’ 윤병락(13종)을 비롯해 하태임(12종), 유선태(8종) 작품은 완판 기록을 세웠고,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묘법’은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판매가격(38만원)보다 약 네 배 높은 9375홍콩달러(약 142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프린트베이커리 판화를 빵가게에서 빵을 고르듯 구입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추석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막한 프린트베이커리 ‘아트 페스티벌’전이다. 김환기 이대원 김종학 황규백 이왈종 윤병락 하태임 신철 등 작고·중견·신진 작가 19명의 아크릴 판화 38점이 걸렸다. 추석에 지인들에게 과일 및 술보다 ‘문화’를 선물할 좋은 기회다.
출품작은 한국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한국 미술시장의 ‘대장주’인 김환기 화백의 황금색 점화 ‘12-V-70 #172’를 프린트베이커리 판화로 만날 수 있다. 김 화백이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2016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150만홍콩달러(약 63억원)에 낙찰됐다.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 표지에 실렸던 이 작품은 점과 색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조형미 때문에 절로 경외감에 빠져들게 한다.
‘색채 화가’ 이대원 화백의 작품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평생 ‘색채의 미학’에 몰두했던 이 화백은 삶의 환희가 꽃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농원 풍경을 주로 그렸다. 생명이 움트는 들판을 특유의 점묘법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경쾌한 왈츠 리듬처럼 화폭을 적신 원색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현대판 풍속화가 이왈종 화백의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도 여러 점 나와 있다. 자동차, 꽃, 새, 강아지, 닭 등 생활 주변에서 숨쉬는 동식물이 신나게 뛰노는 ‘희망의 공간’이 흥미롭다.
‘산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평생 우리 고유의 넉넉한 모습의 산들을 모티브로 작업한 유영국, 알록달록한 색채로 설악산의 풍경을 장맛처럼 우려낸 김종학, 섬세하고 예리한 선으로 사물을 묘사한 황규백, 사과를 통해 현대인의 귀소의식을 형상화한 윤병락, 말랑말랑한 감성을 화면에 옮긴 신철, 리듬감 넘치는 색띠 그림으로 친숙한 하태임의 작품 등에서도 작가 특유의 재치와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프린트베이커리 판화를 빵가게에서 빵을 고르듯 구입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추석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막한 프린트베이커리 ‘아트 페스티벌’전이다. 김환기 이대원 김종학 황규백 이왈종 윤병락 하태임 신철 등 작고·중견·신진 작가 19명의 아크릴 판화 38점이 걸렸다. 추석에 지인들에게 과일 및 술보다 ‘문화’를 선물할 좋은 기회다.
출품작은 한국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한국 미술시장의 ‘대장주’인 김환기 화백의 황금색 점화 ‘12-V-70 #172’를 프린트베이커리 판화로 만날 수 있다. 김 화백이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2016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150만홍콩달러(약 63억원)에 낙찰됐다.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 표지에 실렸던 이 작품은 점과 색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조형미 때문에 절로 경외감에 빠져들게 한다.
‘색채 화가’ 이대원 화백의 작품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평생 ‘색채의 미학’에 몰두했던 이 화백은 삶의 환희가 꽃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농원 풍경을 주로 그렸다. 생명이 움트는 들판을 특유의 점묘법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경쾌한 왈츠 리듬처럼 화폭을 적신 원색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현대판 풍속화가 이왈종 화백의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도 여러 점 나와 있다. 자동차, 꽃, 새, 강아지, 닭 등 생활 주변에서 숨쉬는 동식물이 신나게 뛰노는 ‘희망의 공간’이 흥미롭다.
‘산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평생 우리 고유의 넉넉한 모습의 산들을 모티브로 작업한 유영국, 알록달록한 색채로 설악산의 풍경을 장맛처럼 우려낸 김종학, 섬세하고 예리한 선으로 사물을 묘사한 황규백, 사과를 통해 현대인의 귀소의식을 형상화한 윤병락, 말랑말랑한 감성을 화면에 옮긴 신철, 리듬감 넘치는 색띠 그림으로 친숙한 하태임의 작품 등에서도 작가 특유의 재치와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