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4년 만에 '조용한 여름'…"마트처럼 될까…10년 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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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8년 '뜨거운 여름'
히트 상품·이슈 없었던 올여름
히트 상품·이슈 없었던 올여름
국내 편의점 업계는 지난 4년간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2015년 월 100만 개 넘게 팔리는 ‘밀리언 셀러’ 도시락이 나오며 도시락전쟁이 시작됐다. 2016년 여름에는 1000원짜리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장을 놓고 격돌했다. 2017년 여름은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편의점 시장의 이슈였다. 편의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편의점 사회’란 말도 등장했다. 작년 여름,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 이슈의 한가운데 섰다.
올여름은 달랐다. 편의점 업계는 조용한 여름을 보냈다. 이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도시락, 커피 등을 잇는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았다. 성장은 하지만 매출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조용한 여름이었지만 편의점 본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 식당 프로젝트 완성
과거 편의점은 ‘담뱃가게’로 불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배에서 올렸다. 편의점들은 그 한계를 깨닫고 앞서가고 있는 일본을 들여다봤다. 답은 식당이었다. 1~2인 가구와 고령층이 많은 일본에선 편의점이 식당 역할을 했다. 따라갔다.
세븐일레븐은 2015년 ‘혜리 도시락’으로 대박을 쳤다. CU가 내놓은 ‘백종원 도시락’은 출시 2주 만에 100만 개를 넘겼다. GS25에는 ‘김혜자 도시락’이 있었다.
다음은 커피였다. ‘커피공화국’ 한국에서 편의점은 이 시장을 놔둘 수 없었다. 고가의 원두커피 머신을 들여놓고 커피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편의점 커피는 일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원두커피는 2016년 9450만 잔, 2017년 1억6900만 잔 팔렸다.
샌드위치와 디저트에도 공을 들였다. 편의점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디저트까지.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들의 식당업 전환 프로젝트는 사실상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올해는 별다른 경쟁 품목이 없었다.
작년 편의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국 편의점 수가 4만 개를 넘길 정도로 많아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가자 편의점 주인(가맹점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본사인 GS리테일 BGF리테일 세븐일레븐 등은 앞다퉈 지원책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전기요금 지원 등의 형태로 보전해줬다. 그 결과 편의점 본사의 수익은 급속히 악화됐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소폭에 그쳤다. 편의점 점주들도 조용해졌다. 차분한 여름이었다.
이마트 적자 답습 우려 나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편의점 경영진은 편치 않다. 이마트 사례 때문이다. 2009년 신세계 경영연구소는 보고서 하나를 냈다. “대형마트가 10년 후면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매년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며 전성기를 보낼 때였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2분기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모조리 적자를 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 상황을 “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온다”고 묘사했다.
편의점 경영자들도 어느 날 사양 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 편의점 수는 계속 늘지만 증가폭은 확 꺾였다. 경쟁은 격화되고 매출 증가율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의 변화는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르다. 편의점들은 사양 산업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식당업 이후를 준비하는 셈이다. 택배를 접수하고, 은행 업무를 대행하는 등 사람들을 끌어모을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 3사가 모여 택배 관련 회사를 설립한 것이 현재 편의점 택배의 기반이 됐다”며 “개별 편의점이건, 편의점 업계가 함께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적자가 조용한 여름을 보낸 편의점 업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올여름은 달랐다. 편의점 업계는 조용한 여름을 보냈다. 이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도시락, 커피 등을 잇는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았다. 성장은 하지만 매출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조용한 여름이었지만 편의점 본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 식당 프로젝트 완성
과거 편의점은 ‘담뱃가게’로 불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배에서 올렸다. 편의점들은 그 한계를 깨닫고 앞서가고 있는 일본을 들여다봤다. 답은 식당이었다. 1~2인 가구와 고령층이 많은 일본에선 편의점이 식당 역할을 했다. 따라갔다.
세븐일레븐은 2015년 ‘혜리 도시락’으로 대박을 쳤다. CU가 내놓은 ‘백종원 도시락’은 출시 2주 만에 100만 개를 넘겼다. GS25에는 ‘김혜자 도시락’이 있었다.
다음은 커피였다. ‘커피공화국’ 한국에서 편의점은 이 시장을 놔둘 수 없었다. 고가의 원두커피 머신을 들여놓고 커피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편의점 커피는 일상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원두커피는 2016년 9450만 잔, 2017년 1억6900만 잔 팔렸다.
샌드위치와 디저트에도 공을 들였다. 편의점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디저트까지.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들의 식당업 전환 프로젝트는 사실상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올해는 별다른 경쟁 품목이 없었다.
작년 편의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국 편의점 수가 4만 개를 넘길 정도로 많아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가자 편의점 주인(가맹점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본사인 GS리테일 BGF리테일 세븐일레븐 등은 앞다퉈 지원책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전기요금 지원 등의 형태로 보전해줬다. 그 결과 편의점 본사의 수익은 급속히 악화됐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소폭에 그쳤다. 편의점 점주들도 조용해졌다. 차분한 여름이었다.
이마트 적자 답습 우려 나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편의점 경영진은 편치 않다. 이마트 사례 때문이다. 2009년 신세계 경영연구소는 보고서 하나를 냈다. “대형마트가 10년 후면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매년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며 전성기를 보낼 때였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2분기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모조리 적자를 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 상황을 “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온다”고 묘사했다.
편의점 경영자들도 어느 날 사양 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 편의점 수는 계속 늘지만 증가폭은 확 꺾였다. 경쟁은 격화되고 매출 증가율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의 변화는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르다. 편의점들은 사양 산업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식당업 이후를 준비하는 셈이다. 택배를 접수하고, 은행 업무를 대행하는 등 사람들을 끌어모을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 3사가 모여 택배 관련 회사를 설립한 것이 현재 편의점 택배의 기반이 됐다”며 “개별 편의점이건, 편의점 업계가 함께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적자가 조용한 여름을 보낸 편의점 업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