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北미사일 등 이슈마다 "지켜보겠다"…트럼프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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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위협
책임 회피
판단 유보
책임 회피
판단 유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We’ll see what happens)”(이하 “지켜보겠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앞서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미군기지 조기 반환 요구와 관련해서도 잇따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켜보겠다”는 주로 기자들로부터 주요 현안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답할 때 입에 올리는 말이다. 가끔 “We are going to see what happens” 등 약간 변형한 말을 쓸 때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말을 쓰는 분야는 미국 국내외 이슈를 망라한다. 북한 핵·미사일, 미·중 무역전쟁, 이란 등 외교 분야는 물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주당 경선 출마, 로버트 뮬러 특검 해임 문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해임 등 미국 내 이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을 수시로 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켜보겠다”는 말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현지의 분석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은근한 위협’ 가능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연설을 분석해온 공화당, 민주당 연설문 작성자들을 인용해 “‘지켜보겠다’는 말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적에게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은근히 위협을 보내는 방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이 말을 쓸 때도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지소미아 종료나 미군기지 반환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의중을 품고 있다면, 한국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책임 회피’ 차원일 수 있다. 캐슬린 제이미슨 펜실베이니아대 아넨버그공공정책센터장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망을 하거나 전망에 책임을 지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센터장은 이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옛 소련과 협상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을 떠올리긴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이 전임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 ‘판단 유보’ 혹은 ‘당장은 모르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것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어떤 말도 안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너무 꽉 짜여 있으면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기업가적일 수 없다”며 “나는 매일 직장에 와서 일이 어떻게 전개돼 가는지 보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30년가량 취재해온 데이비드 존스턴 탐사전문기자는 미 공영방송 NPR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겠다’고 할 때 그가 진짜로 하려고 하는 건 허를 찌르면서 동시에 질문을 피하는 것”이라며 “그가 답을 갖고 있지 않거나, 질문 혹은 다양한 이유를 이해했다고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중 특정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명확히 하겠다(Let me be clear)”, “정말이다(Make no mistake)”라는 말을 자주 썼다. 주로 청중이 집중하게 하고 싶을 때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문구는 자주 들을수록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 “지켜보겠다”가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존스턴 기자는 “그 말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부여하고 상대방을 불안정하게 한다”며 “상대가 기자든, 다수의 청중이든, 외국 정상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맷 라티머는 NYT에 “한참 뒤엔 사람들이 ‘정말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 같은) 자유로운 스타일은 일이 잘 풀릴 때만 작동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첫째, ‘은근한 위협’ 가능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연설을 분석해온 공화당, 민주당 연설문 작성자들을 인용해 “‘지켜보겠다’는 말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적에게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은근히 위협을 보내는 방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이 말을 쓸 때도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지소미아 종료나 미군기지 반환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의중을 품고 있다면, 한국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책임 회피’ 차원일 수 있다. 캐슬린 제이미슨 펜실베이니아대 아넨버그공공정책센터장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망을 하거나 전망에 책임을 지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센터장은 이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옛 소련과 협상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을 떠올리긴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이 전임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 ‘판단 유보’ 혹은 ‘당장은 모르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것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어떤 말도 안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너무 꽉 짜여 있으면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기업가적일 수 없다”며 “나는 매일 직장에 와서 일이 어떻게 전개돼 가는지 보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30년가량 취재해온 데이비드 존스턴 탐사전문기자는 미 공영방송 NPR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겠다’고 할 때 그가 진짜로 하려고 하는 건 허를 찌르면서 동시에 질문을 피하는 것”이라며 “그가 답을 갖고 있지 않거나, 질문 혹은 다양한 이유를 이해했다고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중 특정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명확히 하겠다(Let me be clear)”, “정말이다(Make no mistake)”라는 말을 자주 썼다. 주로 청중이 집중하게 하고 싶을 때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문구는 자주 들을수록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 “지켜보겠다”가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존스턴 기자는 “그 말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부여하고 상대방을 불안정하게 한다”며 “상대가 기자든, 다수의 청중이든, 외국 정상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맷 라티머는 NYT에 “한참 뒤엔 사람들이 ‘정말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 같은) 자유로운 스타일은 일이 잘 풀릴 때만 작동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