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 "공적인 삶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
“공적인 삶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입니다.”

오는 5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국회의장 기증자료 특별전’을 여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가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재임 당시 받은 해외 VIP 선물 178점 일체를 2010년 퇴임과 함께 국회에 기증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이 중 전시가 가능한 120여 점이 공개된다.

김 전 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증 작품들을 단순히 보관하기보다는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의장들이 재임 당시 받은 선물을 기증하고, 국회가 이를 전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이를 보기 위해 국회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1960년대 대학생들의 학구열을 자극했던 문고판 서적 등 김 의장의 애장도서와 각종 자료 등 2000여권의 서적과 3000여점의 문서도 전시된다. 그는 “지금 나오는 서적에 비할 수 없지만 당시 학문에 목말랐던 대학생들의 학구열을 문고판 서적들이 채워줬다”며 “이외에도 단군기원 연도를 사용하는 옛 서적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전의 하이라이트는 김 전 의장의 역저인 <술탄과 황제>의 탄생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각종 문헌과 김 전 의장의 초판 메모 등 자료다. <술탄과 황제>는 비잔티움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전투 과정에서 황제와 술탄의 리더십을 다룬 작품으로 철저한 고증과 그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2012년 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김 전 의장을 스테디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렸다.

그는 책의 배경인 터키 이스탄불을 수차례 방문하며 지역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수백 권의 문헌을 탐구했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각종 당대 역사서의 복사본 등이 대거 포함됐다. 김 전 의장은 “특별 강의를 하면서 적어놓았던 노트 100여 권 등 손때가 묻은 자료들이 아직 많이 있다”며 “이것들도 다음 기회에 내놓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 14~18대 국회(5선)에서 활동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회의장 퇴임 후 역사 작가로 변신해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 등 왕성한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