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인공위성,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창조물
인간의 창조물 중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로봇일 것이다. 자동차 공장 등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보다 눈, 코가 있는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의 로봇을 연상하게 된다. 인공지능(AI)을 꼽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사고능력을 발휘하는 AI가 인간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공위성의 특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창조물 중 가장 인간다운 것은 인공위성이라고 답할 수 있다. 인공위성은 인간을 구성하는 하드웨어(HW)인 몸과 소프트웨어(SW)인 마음을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적국의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킬러위성과 비슷한 방해위성을 곧 개발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중국의 ‘베이더우’ 항법위성 활용도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GPS 항법위성을 능가했다고 한다. 이렇듯 인공위성이란 용어는 자주 접하는데 인간과 가장 닮아 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빠른 이해를 위해 인공위성의 주요 특징과 기능을 살펴보자.

인간의 몸을 보면 두뇌를 담은 머리가 있고 눈, 코, 입, 귀 그리고 내장을 지탱하는 몸체와 팔다리가 있다. 눈, 코, 귀는 감각기관이고 두뇌는 사고를 담당한다. 입은 내장 등과 더불어 에너지를 얻기 위한 기관임과 동시에 두뇌의 지령에 따라 의사소통을 하는 기관이다. 인간의 거의 모든 기관의 특징과 기능은 인공위성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다.

HW 측면에서 보면 인공위성은 인간 눈에 해당하는 시각과 온도, 속도, 힘, 위치 등을 감지하는 각종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또 팔다리에 해당하는 추력장치 및 구동기는 물론이고 에너지를 얻고 축적하기 위한 인간의 입, 내장에 해당하는 전력장치를 지니고 있다. 전력장치인 태양전지판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으며, 에너지를 축적하는 간과 지방에 해당하는 배터리가 있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귓속 세반고리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자이로(gyro)를 위시한 자세제어장치가 있다.

SW 측면에서 보면 인공위성은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OBC(on board computer·내장컴퓨터)라는 컴퓨터 내에 각종 SW를 내장하고 있다. 인공지능도 활용하는 SW인데, 인간의 마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은 목소리를 쓰는데 인공위성은 전파로 이를 대신한다. 유일하게 없는 것은 생식기관이다. 인공위성은 자체 증식 능력이 없고, 인간이 만들면 탄생하고 수명을 다하면 그것으로 1세대 생명이 끝난다는 점이 인간과 다르다.

인공위성의 개발 과정도 특이하다. 우리 눈에 익은 대부분의 공산품은 부품을 미리 제작해 놓고 조립장에서 이를 조립해 생산한다. 이와는 달리 인공위성은 한 개를 생산하는 데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탄생 과정도 인간의 탄생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인공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EGSE(electrical ground support equipment·지상전기시험지원장치)라는 지상보조장치가 필요하다. EGSE는 인공위성 측면에서 보면 엄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EGSE는 탯줄에 해당하는 케이블을 통해 인공위성의 각 부품과 부분체를 점검한다. 인공위성은 지구상에서 만들어지지만, 결국은 우주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우주 환경을 지구상에서 구현해주는 TVC(thermal vacuum chamber·열진공체임버)에서 최종 점검을 받게 된다. TVC 속에 있는 인공위성의 모습은 엄마 자궁 안에 있는 태아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렇게 완성된 인공위성은 로켓에 실려 우주 공간으로 올라간다. 목표한 우주 공간에 다다르면 두 쪽으로 된 페어링이라는 로켓의 앞부분이 열리고 인공위성은 로켓으로부터 분리된다. 인공위성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OBC도 작동시키고 태양전지판도 펴야 한다. 이때가 바로 인공위성이 태어나는 순간이다. 이후 우주 공간으로 떠난 인공위성은 지상관제소의 도움을 받으며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혼자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