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DLS 투자 손실은 예고된 비극
여러 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 상품들이 큰 손실 위험에 처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이런 상품들이 7000억원 이상 판매됐고, 손실 예상액은 4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기초자산인 해외 국채 금리, 이자율 스와프 금리 등이 많이 낮아지지 않으면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반대의 경우 큰 손실이 불가피한 상품들이다. 예를 들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이상인 경우 4.2% 수익률이 발생하는데 -0.2% 미만이면 수익률은 점점 낮아져 -0.3%면 20% 손실, -0.4%면 40% 손실, -0.7%면 전액 손실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

국내 정기예금 금리가 2% 초반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독일 국채 금리가 -0.2% 미만이 되지 않을 경우 4% 이상 수익률을 준다고 하면 그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더군다나 마이너스 금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 소비자들이 -0.2% 미만의 금리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작게나마 실제로 존재하고 가능성이 현실화하면 엄청난 손실을 입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 반대급부로 예금금리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확률은 낮지만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약간의 수익을 더 주는 구조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이런 상품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런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매한다면 그 위험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0.2% 미만의 금리 가능성이 상당히 작아 위험이 없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판매자조차 이런 상품의 위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독일 국채 금리가 -0.2% 미만으로 내려갈 확률이 30분의 1이라고 하면, 비슷한 상품을 30번 살 때 한 번 정도만 손실을 입기 때문에 실제로 손실을 보는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위험이 없다고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확률이더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원금을 전부 날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나 이 상품이 일반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그 기초자산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물론, 은행 직원 대부분도 독일 국채 금리가 -0.2% 미만으로 내려갈 확률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한국 상황도 잘 모르는데 해외 상황을 알 리가 없고 주식은 그나마 본 적이 있더라도 독일 국채 10년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봤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묻지마 투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잘 모르는 상품을 거래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일반 소비자는 재산의 상당 부분으로 이런 상품을 구입하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금으로 노후 생활을 해야 할 때 이자를 약간이라도 더 받으려다 보면 이런 상품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한 가지 상품만 구입했다가 이번과 같은 사태가 터지면 노후 생활자금을 전부 날릴 위험이 크다.

이번 일은 예고된 사건이나 다름없다. 위험한 상황은 확률이 낮더라도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고 결국 누군가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문제가 된 해외 금리 관련 상품 외에도 주가, 유가, 환율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토대로 설계한 DLS,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확률은 낮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는 상품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품들로 인해 또 다른 금융 소비자가 손실을 보지 말란 법이 없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상품 개발의 성과라고 자부할 수 있지만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기초자산을 토대로 한 상품이 늘어나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위험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분산 투자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에게 이같이 위험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취약한 금융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금융의 발전이란 명분도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