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대편에만 '팩트 제시하라'는 유시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지난달 31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문재인 정권은 촛불정신마저도 버리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다. 김 원장은 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와 관련한 여권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특히 유시민 씨에게 묻고 싶다”고 질문을 던졌다.

김 원장은 “조국 교수의 내면적 이중성과 도덕적 해이가 다수 국민에게 주는 배신감은 이 정권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과거에 어느 총리 후보는 과다한 수임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진 사퇴하지 않았느냐. 사퇴했던 그가 범법행위를 했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경제·외교·안보에 이어 사회적 가치 추구마저 무너진다면 ‘식물정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단 하나라도 조 후보자가 심각하게 도덕적 비난을 받을 만하거나 법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는 일을 한 게 있느냐”며 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했다. 김 원장이 글을 올린 당일에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조정래 작가와 대담하며 “언론이 ‘조국의 위선’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쓰려면 먼저 팩트를 제시하고 어떤 추론을 거쳐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런 과정 하나 없이 ‘조국 편드는 놈들은 다 똑같은 놈이고 진영논리’라는 건 횡포이자 반지성주의,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팩트를 제시하라’고 촉구했지만 유 이사장 자신도 조 후보자를 옹호하기 위해 어떤 팩트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조국 반대’ 서울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것이라고 본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 이중잣대 논란에도 휩싸였다. 집회 참가 학생들을 향해 “다른 것보다 마스크는 안 쓰고 오면 좋겠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복면금지법’ 발의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테러·불온세력으로 연일 매도하고 있다”고 반발할 때는 침묵을 지켰다.

유 이사장의 봉하마을 대담에서 조 후보자 관련 발언은 ‘이 땅의 기레기들에게 참교육! 작심발언’이라는 제목으로 편집돼 유튜브에 올려졌다. 유 이사장이 유 이사장 자신에게 “언론을 ‘기레기’라고 비판하려면 먼저 팩트를 제시하고 어떤 추론을 거쳐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질책해야 할 듯싶다. 이대로라면 유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를 ‘식물정권’으로 만드는 데 주요 공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