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0만원 버는 '가정집 펫시터' 관리 사각지대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38)는 지난 6월 자신의 반려견을 ‘가정집 펫시터’에게 맡겼다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3만원을 주고 하루 동안 맡겼는데 반려견의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다. 휴일에 상처를 치료하느라 김씨는 병원비로 80만원가량을 썼다.

펫시터는 “다른 반려견들을 보고 놀란 강아지가 도망가다가 가구에 부딪혀 상처가 났다”며 김씨의 병원비 분담 요구를 거부한 뒤 연락을 끊었다.

집에서 견주의 반려견을 임시로 맡아 돌보는 가정집 펫시터가 인기를 끌면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에서 이뤄지는 동물위탁관리를 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어 가정집 펫시터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애견호텔보다 저렴해 인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애견호텔 등 동물위탁관리업소 수가 2745개를 기록했다. 최근엔 가정집 펫시터가 새로운 반려동물 관리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엔 직원이 퇴근하는 경우가 많고 하루에 5만원가량 비용이 드는 애견호텔과 달리 가정집 펫시터는 3만원 안팎이면 하루종일 반려견을 돌봐주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생후 1년 된 반려견을 키우는 이모씨(28)는 “어린 반려견은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애견호텔엔 강아지들이 너무 많다”며 “반려견이 갑자기 많은 강아지를 보고 놀랄까봐 지난 여름휴가 땐 가정집 펫시터에게 반려견을 맡겼다”고 말했다.

가정집 펫시터를 소비자에게 중개해주는 앱(응용프로그램)도 나왔다. 앱에서 이용자에게 높은 평점을 받은 인기 펫시터는 추석 연휴 예약이 이미 꽉 찼다.

반려동물업계 관계자는 “일부 펫시터는 견주에게 알리지 않고 20~30마리를 혼자 돌보며 월 10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펫시터에게 반려견을 맡겼다가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펫시터가 무리하게 반려견을 씻겨 피부를 상하게 했는데도 되레 목욕비용을 따로 청구하는 식이다. 지방 출장이 있을 땐 펫시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강모씨(34)는 “음주를 한 펫시터가 반려견을 방치했다가 족발뼈를 집어삼켜 동물병원에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으론 가정집 펫시터 관리 못해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지만 가정집 펫시터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동물위탁관리 업종을 신설했다. 동물위탁관리업으로 사업자를 등록하기 위해선 애견호텔, 애견유치원처럼 별도의 영업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정집은 영업장에 해당되지 않아 동물위탁관리업 영업 등록을 할 수 없다.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가정집 펫시터는 무등록으로 영업하며 탈세를 저지르기도 한다. 한국애견협회 관계자는 “민간자격증도 따지 않은 펫시터가 혼자 반려견 30마리를 관리하며 사업자 신고 없이 돈을 벌고 있다”며 “사업자 신고를 하고 영업하는 애견호텔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정집에서 반려동물을 위탁관리하는 건 불법 소지가 있지만 이를 감독할 법이 없다”며 “동물위탁관리업의 영업장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 펫시터(pet sitter)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돌보는 직업을 가리키는 시터(sitter)의 합성어. 베이비시터(babysitter)가 아이를 돌보듯 펫시터는 반려동물을 돌본다. 주인 대신 애완동물을 산책시키거나 운동시키는 일을 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