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네소타 프로젝트와 이종욱 펠로십
한국의 의료 분야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한국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 부문에 접목시켜 세계의 의료 발전을 선도하고 있으며, 매년 1000여 명의 외국 의사들이 위암 수술과 간 이식 기법 등을 배우기 위해 방한하고 있다. 이런 한국이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다른 선진국 의료계의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칸디나비아 3국은 6·25전쟁 이후 열악한 국내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58년 당시로서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중앙의료원(현재의 국립중앙의료원) 설립을 지원했다. 1955년 9월 15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12명이 미국 미네소타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이것이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1955년부터 1961년까지 미네소타 의과대학에서 선진 의료 기술을 익히고 돌아온 77명의 한국 의사는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2010년부터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종욱 펠로십’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선진 의료기술을 개발도상국가에 전하기 시작했다.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기리는 뜻에서 명명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29개국 840명의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인력이 한국에서 1년간 연수 기회를 가졌다. 그중 라오스는 159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이 참여했다.

이처럼 한국은 실리를 중시하는 경제적인 관점을 넘어, ‘사람 중심’의 상생 번영이라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라오스에 다가갔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및 인도를 대상으로 하는 신(新)남방정책은 하나의 통합적인 대전략이지만, 각국의 다른 발전 수준과 협력 수요에 따라 차별화된 국가 맞춤형 정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 라오스 관계는 1995년 재수교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매년 17만 명에 이르는 한국 관광객이 라오스를 방문하고 있다. 이는 태국, 베트남, 중국 등 라오스 인접국을 제외한 국가 중 1위에 해당한다. 수도 비엔티안의 와타이 국제공항을 통해 연간 입국하는 약 36만 명의 외국인 중 한국인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라오스 국민은 놀라고 있다. 2011년 한·라오스 양국 간 직항편이 개설됐으며, 현재 직항편은 하루 4~5편에 이른다. 작년에는 라오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무비자로 라오스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한국 국민에 한해 15일에서 30일로 연장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굳건한 양국 관계가 바탕이 됐기에 라오스 정부는 지난해 댐 사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수력 발전 및 인프라 투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K팝, K뷰티, K드라마 등으로 크게 부상한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어느덧 최정상 위치에 올랐으며, 이는 양국 간 활발한 교류를 꾸준히 뒷받침하고 있다. 라오스 정부가 한국의 이종욱 펠로십을 통해 열악한 의료·보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도 이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주창하는 신남방정책의 3P(people·사람, peace·평화, prosperity·상생 및 번영)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전후 재건 과정에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다른 나라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나누는 정신 그 자체가 3P에 해당한다. 사람(people)과 사람(people) 간에 마음을 나누는 인적 교류가 한국과 라오스 간 양국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리라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라오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욱 크게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